“우리가 남이가” 초원복집 사건 당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했다는 해당 발언은 학연과 지연으로 똘똘 뭉친 한국의 ‘패거리 문화’를 나타내는 대명사다. 그리고 이 말은 폭력, 폭언, 음주운전을 비롯해 성범죄를 저질러도 송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는, ‘기타공공기관’인 국립대병원의 현주소를 일컫는 표현으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국립대학병원 겸직교직원(전임교수)와 전공의에 대해 이뤄진 징계는 이러한 국립대병원의 패거리 문화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징계를 받은 이들의 숫자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4년 23명 ▶2015년 18명 ▶2016년 116명▶2017년(8월 기준) 156명 등이었다. 또한 징계 사유는 ▶성범죄 7명 ▶폭언·폭행 12명 ▶음주운전 8명 등이었다.
징계의 경중을 살펴보면 81.1%에 달하는 254건이 공무원법상 미 징계인 훈계, 주의, 경고에 그쳤다. 경징계는 13.1%(41건), 중징계는 5.8%(18건)에 불과했다. 파면은 전무했다.
수도권 소재 모대학병원의 경우, 한 교수는 검찰 고발이 가능한 수준의 성추행 사건을 저질렀지만, 정직 6개월을 받는데 그쳤다. 또한 수술 중 여성 전공의 등을 때린 교수는 ‘엄중경고’ 처분만이 전부였다. 경남권에 위치한 한 대학병원에선 수술 중 간호사의 다리를 걷어차고 폭행한 교수에게 정직 1월 징계 처분이 고작이었다.
교수들에 비해 숫자는 적지만 전공의들 역시 저년차 전공의나 간호사, 환자들에게 금품갈취, 폭언, 폭행, 성희롱 등의 강도 높은 비위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른바 ‘백색폭력’이 대물림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러한 실태를 조사, 발표한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대물림되고 있는 의료인들의 백색폭력 관행을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며 “11월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국가인권위원장에게 전국 종합병원의 의료인 백색폭력 실태조사를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