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대병원 인권센터가 개소됐다. 설립 취지는 이렇다. “인권침해 사례를 예방하고 인권의식을 고취시킨다.” 센터 장으로는 심리학자로 명성이 높은 이나미 교수가 위촉됐다. 고(故) 백남기 농민 사태 및 의료농단 등 서울대병원을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이 잔존하던 상황에서 이번 인권센터의 개소는 병원 차원의 ‘전향적’ 변화의 물꼬라는 평이다.
서울대병원이 밝힌 인권센터의 개략은 다음과 같다. 센터는 서울대병원장 직속의 조직이다. 이러한 구조는 의료기관의 특유의 폐쇄성을 일컫는, 이른바 ‘패거리 문화’로부터 거리를 둔 조치로 분석된다. 병원 측은 인권센터 운영과 관련해 “‘독립성’과 ‘비밀 유지’, ‘자율성’ 등이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인권센터는 크게 ‘인권심의위원회’와 ‘인권상담실’로 구성되는데, 인권심의위원회의 위원장도 이나미 센터장이 맡게 된다. 인권상담실에서는 상담실장과 병원 법무팀 변호사 등이 소속돼 활동하게 된다. 김연수 진료부원장도 인권센터에서 직간접적인 활동을 하게 될 것으로 보여, 병원이 인권센터에 들인 공이 적지 않음을 짐작케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인권센터의 업무는 ‘인권에 대한 모든 것’이다. 특히 병원 내 인권침해사례에 대한 전 방위적 대응 방안이 눈에 띈다. 만일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하게 되면 접수, 상담, 조사 등이 이뤄지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예방 및 재발 방지 등과 관련된 전 과정에 관여한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인권센터는 전 병원 구성원을 대상으로 인권 침해 사안을 담당하게 된다. 서울대병원 측은 인권센터 활동과 관련, “인권침해 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될 경우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 등 행정적 처분을 하게 되며, 피해자 심리치료 지원 등 재발방지교육 등 사후조치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후속조치만큼 예방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인권침해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국내 국공립 및 민간 의료기관은 각기 명칭을 달리한, 저마다 ‘인권센터’를 운영해오고 있지만, ‘어용 조직’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독립성’의 결여로 사실상 병원 집행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대병원 인권센터의 경우, 그러나 병원장 직속 기구로 병원내 여러 정치적 관계로부터 ‘독립돼’있다는 평을 듣는다. 여기에 이나미 교수의 대내외적 신뢰도 역시 독립성 확보에 한 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 이나미 센터장은 누구?
이나미 센터장은 심리학자로 국내에서 명성이 높다. 그는 서울대의대에서 정신건강의학을 전공, 박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 유니언 신학대학원에서 종교심리학 석사를 거쳐 뉴욕 융 연구소에서 분석심리학 디플롬을 취득했다.
꾸준한 저술 활동으로 대중적 인지도도 높은 편이다. 저서로는 ‘당신은 나의 상처이며 자존심’, ‘행복한 부모가 세상을 바꾼다’, ‘다음 인간’, ‘슬픔이 멈추는 시간’, ‘한국 사회와 그 적들’, ‘괜찮아, 열일곱 살’, ‘오십후애사전’, ‘융, 호랑이 탄 한국인과 놀다’, ‘성경에서 사람을 만나다’, ‘우리가 사랑한 남자’, ‘사랑의 독은 왜 달콤할까’, ‘딱 한번만 더 보고싶다’, ‘에로스 타나토스’, ‘때론 나도 미치고 싶다’, ‘여자의 허물벗기’ 등이 있다.
이밖에도 이나미 센터장은 지난 3월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담집을 엮어낸 바 있다. 대담집은 여러 주요 매체에서 비중 있게 다뤄졌었다.
이 센터장 만큼 그의 남편인 이재순 변호사도 대중적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 변호사는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낸 바 있는데, 신일고와 서울법대를 졸업, 사법시험에 합격, 1990년 서울지검 검사로 출발, 인천지검 강력부장, 대검 공안3과장, 의정부지검 형사2부장 등을 두루 역임한 인물이다.
이렇듯 대내외 높은 인지도를 가진 인물을 센터장으로 위촉하고 이제 첫 발을 뗀 서울대병원 인권센터는 병원 차원의 ‘쇄신’ 의지로 해석된다. 대중적 신뢰도가 높은 인물을 센터장으로 인명, 병원내 인권침해 요소를 ‘발본색원’하겠다는 것은, 향후 서울대병원의 신뢰도를 끌어올리겠다는 현 병원 집행부의 절박한 심리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향후 인권센터의 ‘활약’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