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문을 연 ‘서울대병원 인권센터’에 대한 의료계의 관심이 뜨겁다. 초대 인권센터장으로 취임한 이나미 센터장은 “국내 병원 중 인권센터를 설치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부담감도 적지 않을 터. 13일 이 센터장은 쿠키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약자를 보호하고, 보다 도덕적인 의료 환경을 만드는데 일조하고픈 바람”을 전했다. 다음은 이나미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 서울대병원 인권센터의 개소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한국에서는 병원내 인권센터를 설치한 경우가 처음입니다. 외국에서도 아주 드문 사례입니다.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고 또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뿐 아니라 보호자 간병인,직원 모두가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공간이 병원입니다. 낮은 임금과 의료비용으로 최상의 의료를 하려다 보니 여러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이 받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들이 적지 않아 변호사, 의사, 간호사 등이 포함된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 센터장으로서 향후 포부는 무엇인가.
“우선 환자와 직접 만나고 겪는 직원들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위로는 병원 집행부부터 병원 계약직까지 인권 교육으로 각종 인권 침해사항을 예방하고자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병원내의 인권 보호 경험을 통해 직장 내 인권센터의 모델을 구축하고, 병원 외부의 인권에 대한 여러 정보과 경험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 최근 서울대병원 간호사 초임 문제 등 병원 구성원의 인권이나 권익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러한 부분을 타개할 인권센터만의 ‘솔루션’이 있다면 무엇인가.
“기초적인 인권예방교육부터 맞춤형 인권교육까지 찾아가는 인권교육을 통해 인권침해를 예방하려고 합니다. 또한 인권침해 사례가 있다면 철저하게 조사하여 약자의 인권이 훼손되지 않도록 불편부당하지 않은 해결책을 제시하고 중재와 조정을 하려고 합니다.”
- 국공립 및 민간 병원에도 서울대병원 인권센터와 유사한 형태의 기구가 존재했지만, 활동 및 활약은 미비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서울대병원 인권센터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다른 병원의 기구는 상설기구가 아니라 위원회 형태여서 사건이 터지면 이에 따른 대책을 제공하는데 그쳤다면, 서울대병원 인권센터는 상주하는 직원들이 예방과 교육에 주력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 초대 서울대병원 인권센터장으로서 보건의료 노동자의 인권에 대한 철학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지만, 약자를 보호하고, 보다 도덕적인 의료 환경을 만드는데 작은 도움이 된다면 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낮은 의료수가에 따른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희생적으로 환자와 보호자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정신과 육체가 건강해야 환자와 보호자들의 건강도 돌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꺼번에 많은 변화를 가져 올 능력은 되지 않지만 기초자료의 수집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작은 힘이라도 보태려 합니다.”
- 지난 국감에서 서울대병원과 관련, 여러 지적이 제기되었는데 향후 인권센터의 '활약'으로 신뢰도 및 이미지 제고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서울대병원은 국가 선도기관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편달의 목소리가 큰 만큼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미지가 아니라 내실입니다. 환자뿐 아니라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하려는 집행부의 의지가 크지만, 그만큼 홍보가 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일하다 보면 국민에게 사랑과 존경받는 병원으로 반드시 거듭날 것입니다.”
- 인권센터는 병원장 직속의 ‘독립’된 기구로 알려져 있다. 병원의 협조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인권 문제가 있으면 다른 인사기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보고됩니다. 그만큼 철저하게 비밀이 보장되고 인사에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 인권을 소중히 생각한다는 방증입니다. 9월부터 일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몇 건 되지 않는 사건들이었지만 집행부에서는 최선을 다해 약자들을 도우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