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들을 위해 연주할 수 있게 돼 영광입니다. 이들에게 음악이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누고 싶습니다.”
캐나다 출신의 세계적인 트럼펫 연주자 옌스 린더만(Jens Lindemann)이 국내 만성골수성백혈병(CML) 환자들을 위한 무대에 오른다. 16일 만성골수성백혈병의 날(CML Day)을 기념해 열리는 ‘희망 톡케스트라’에서 배종훈 감독이 이끄는 서리풀 오케스트라와 함께 클래식 음악부터 리드미컬한 탱고까지 아름다운 선율을 선보일 예정이다.
당초 린더만은 지난 12일 열린 ‘유엔참전용사 추모 평화음악회’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날 함께 연주한 배종훈 감독에게서 ‘만성골수성백혈병의 날’의 취지를 듣고는 출국 일정을 열흘간 미루고 선뜻 재능기부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골수 내에 비정상적인 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는 혈액암의 일종이다. 다행히 다양한 표적항암제가 개발돼 먹는 항암제로 지속적 치료를 받고 관리하면 장기 생존이나 완치길이 열리고 있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의 날은 이러한 환자와 가족들의 질병극복 의지와 희망을 북돋기 위해 만들어졌다.
린더만은 개인적으로도 혈액암과 인연이 깊다. 그는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트럼피터 라이언 앤서니(Lyan Anthony)와 함께 결성한 ‘암을 날려버리자’는 의미의 캔서블로우(Cancer Blows) 재단의 부회장이기도 하다. 5년 전 혈액암 투병 중인 앤서니의 제안으로 세계적 트럼피터 20명이 함께 만든 재단에서는 혈액암 및 다발성골수종의 치료와 암 연구를 위한 기금모음, 연구비 지원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린더만은 “혈액암은 쉽게 낫지 않는 매우 어려운 병이다. 트럼펫을 불 듯 나쁜 암을 불어 없애겠다(Blow)는 마음으로 건강한 사람들에게 암을 각인시키고 암연구를 돕는 활동을 하고 있다”며 “평화연주회 이후 바로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배 감독의 제안을 듣고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친구 앤서니는 암투병 중이지만 무대에서 만큼은 히어로다. 그가 연주할 때 보여주는 미소와 열정은 관객들에게 큰 희망을 준다”며 “이번 기회를 계기로 내년에는 앤서니도 함께 한국에 와서 암환자들을 위한 감동의 연주회를 열고 싶다”고 제안했다.
린더만과 배 감독의 인연은 대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배 감독이 UCLA 유학시절 린더만은 같은 학교에 교수로 재직 중 이었다. 그 이후 두 사람은 지휘자와 트럼피터로 인연을 쌓아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여러 번 방문해 연주회를 함께 했다. 린더만은 “배 감독과는 눈만 봐도 무슨 뜻인지 알아챌 정도로 자연스럽게 통하는 친구”라며 “한국 관객들은 감격과 감동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열정이 대단해 매번 좋은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번 ‘희망 톡케스트라’에서는 재즈, 블루스, 탱고 등 일상생활에서 즐길만한 다양하고 풍부한 선율을 선보일 예정이다. 린더만은 특히 이번 연주회의 포인트로 ‘사랑의 음악’이라 불리는 탱고를 꼽았다. 그는 “탱고는 두 사람이 진정한 사랑으로 추는 춤이다. 트럼펫과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통해 환자와 가족들에게 사랑의 감동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굉장히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CML의 날을 기념한 ‘희망 톡케스트라’는 16일 오후 3시부터 3시간 동안 서울 서초구 서초문화재단 2층 강당에서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개최된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