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 '아크로(ACRO)'로 알려진 대림산업이 하청업체를 상대로 갑질을 일삼아 온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대림산업은 일부 임직원이 하청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압수수색이 진행됐으며 30여 년간 임금체불, 부당특약 강요 등의 불공정 하도급 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졌다.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대림빌딩의 대림산업 본사와 D타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대림산업 고위 임원을 포함한 전·현직 임직원 10여 명이 2011∼2014년 공사 과정에서 하청업체로부터 불법자금 수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배임수재)를 포착했다. 

경찰은 이들 임직원이 하청업체에 추가로 공사를 수주할 수 있게 해주거나 공사비를 부풀려주는 대가로 뒷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들이 하청업체에 뒷돈을 사실상 강요했다고 보고 이날 압수수색해 확보한 감사 징계 인사자료와 관련자 컴퓨터, 다이어리 등을 분석해 증거를 찾고 있다. 경찰은 분석이 끝나는 대로 임직원을 소환해 하청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경위와 대가성 유무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현재 배임수재 혐의를 받고 있는 대림산업 전·현직 임직원은 10여 명으로 임원급 이상 고위 간부도 연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일부 임직원은 여전히 회사에 남아 근무 중이다. 

이 뿐 아니라 대림산업은 30여년 동안 특정 하청업체(한수건설)를 상대로 부당특약 강요, 부당금품 요구, 물품구매 강제, 추가 공사대금 미지급 등 각종 불공정 하도급행위를 일삼아 왔다.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달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림산업은 30여년간 대림산업의 건설공사를 위탁받아 수행해 온 한수건설에게 각종 불공정 하도급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한수건설이 공정위에 신고한 자료에 따르면, 대림산업으로부터 하도급을 받아 진행한 영천, 하남, 상주, 서남 등 4개의 공사현장에서 추가 공사대금 미지급 382억원, 물품구매 강제 19개 업체에 79억원, 산재처리 관련 부당특약 9억7000만원, 대림 임직원 13명에게 부당금품 제공 6억1000만원 등 총 3360건의 하도급법 위반 사례를 신고했다.

대림산업은 현재 해당 하청업체와 공사금 미지급 관련 문제로 쌍방 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사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곧 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부터 건설업계에는 원청업체의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이 만연해 있다"며 "예전보다 개선됐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갑과 을에 대한 불공정한 일들이 자행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연진 기자 ly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