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을 덮친 지진의 여파는 포항역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송판이 떨어져 너덜너덜한 포항역의 천장 아래엔 ‘접근금지’라는 가림판 하나가 전부다. 진앙지로 알려진 포항시 북부 홍해읍은 불안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아우성으로 가득하다. 지진 안전지대, 지진이 비켜간 나라라는 오만이 초래한 결과는 참혹했다.
16일 오후 포항시 북구에 위치한 홍해실내체육관은 발 딛을 곳 없이 혼잡하다. 2층 관람객을 제외하면 1층은 이미 인파로 포화상태다. 포항시청은 700여명의 시민이 이곳에 대피해 있다고 밝혔지만, 여진이 계속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체육관이 왜 지진대피소인지, 내진설계로 지진으로부터 시민들을 지켜줄지 시민들은 알지 못한다. 다만, 대피소라고 하니 몰려드는 것이다. 영하의 날씨에 스티로폼과 돗자리를 깔고 모포로 몸을 덮은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답답함을 호소하거나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배식을 위해 줄을 서고 있던 김현주(가명·45)씨는 “처음 지진이 있던 날(15일) 밤에 한숨도 못 잤다. 여진 때문에 무서웠다. 결국 오늘 대피소로 왔지만, 기거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의 잇단 방문에 분통을 터뜨리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상황이 언제 해결될지 누구도 모른다. 민원이 폭증하자, 급기야 누군가 마이크를 잡고 “조금씩 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외쳤다. 책임자인가 싶어 달려가 물어보았지만, “나는 책임자가 아니”라며 그는 이내 자리를 떴다. 난생 처음 지진 대피를 ‘경험’한 아이들은 이 상황이 그저 신난다. 계단을 뛰어다니고 모포를 뒤집어쓴 채 웃음을 터뜨린다. 피난민들이 오가는 통로 여기저기에는 잠든 이들도 적지 않다.
“시민들은 담요를 많이 달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배분을 하면, 이미 지급받은 이들이 하나라도 더 챙겨두려고 한다. 현재는 지급을 중단한 상태다.” 한 소방관의 귀띔이다. 그의 말은 현재 이곳의 상황을 압축적으로 나타낸다. 현재 이곳은 사실상 현장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돼있다.
“환자들이 상당하다. 감기나 타박상 같은 증세를 호소하는 이들도 있지만, 더 심각한건 ‘불안증세’다. 계단을 오르는 것도 어지럽고 두렵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의료지원에 나선 포항의료원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발전하지 않을지 우려가 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포항=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