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강진 3일째, 포항내 여러 의료기관들이 현장의료지원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효율적인 심리지원 시스템 마련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재민을 비롯해 의료인들조차 재난 현장에서 실효성 있는 심리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진 피해 현장 의료지원과 관련해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지진 발생 당일인 15일부터 비상대책 상황반을 가동했다고 밝힌 바 있다. 복지부가 밝힌 의료지원은 ‘응급의료’, ‘심리회복’, 소관시설 피해현황 파악 등이다. 참고로 이번 포항 강진의 의료지원 컨트롤타워는 국립중앙의료원 재난응급의료상황실이 맡고 있다.
보건당국이 ‘유지하고’ 있다는 응급의료지원 중 특히 심리지원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포항 소재 의료관계자들의 말은 복지부의 브리핑 내용과는 좀 달랐다. 당초 복지부가 밝힌 현장 심리지원단의 역할은 이렇다. 지진 발생 이후 정신적·신체적 증상을 호소하는 피해자를 지원한다는 것. 그러나 포항 소재 의료기관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다수를 상대로 진행되는 심리상담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1000여명의 이재민이 대피해있는 흥해실내체육관에서는 포항의료원의 이동차량에서 심리지원이 주로 이뤄진다. 금번 의료지원에 나서는 다른 병원 관계자는 “심리상담의 특성상 불특정 다수의 이재민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별도의 상담공간은 필수”라며 “특히 정신과 상담과 관련해 주변의 눈을 의식하는 경향이 많아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인력도 문제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들이 정해진 지역 내 진료를 병행하는 상황에서 복지부의 지시하달에 따른 현장 지원은 대개 전문의 1~2명에 지역 내 정신건강센터 소속 요원들이 나설 때가 많다. 물론 초기 상담을 거쳐 심층 상담은 병원 내원 등의 방법을 활용할 수는 있지만, ‘위기지원팀’을 전부 끌어모은다해도 수천 명의 이재민들에 대해 깊이 있는 상담에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보건당국의 재난 대응 정신건강 매뉴얼은 있지만, 각 여건에 맞춰 운용되기보다 일괄적이고 행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실 해외도 재난이 인구나 다수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 및 조사는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본격화됐다. 특히 잦은 지진 피해를 입은 일본은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을 겪은 이후에야 재난 정신건강지원체계를 확립했다.
2011년 12월 일본 국립정신신경의료연구센터에 설치된 국립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는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피해자들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중심으로 정신건강 문제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에서야 일본을 모델로 재난에 대한 정신건강 대응을 진행시켜왔다. 경험이 짧다보니 보건당국 입장에선 ‘시행착오’라고 말할 순 있지만, ‘있으나 마나한’ 심리지원이 재난 피해 당사자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도 현장의 이재민들 사이에선 나온다.
한편, 1000여명의 이재민이 대피해 있는 흥해실내체육관에는 좋은선린병원·포항의료원·포항시 약사회가 현장에 투입돼 있거나 투입될 예정이다. 이재민 120여명이 모여 있는 항도초등학교에는 포항성모병원·김천의료원·포항시약사회이, 170명이 대피해있는 대도중학교에는 세명기독병원·안동의료원·포항시약사회 등이 의료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의료지원은 이달 말까지로 예정돼 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