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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기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한화 외야수 김원석(27)이 넘지 말아야 될 선을 넘었다.
한화 구단은 20일 “최근 SNS 대화 내용 유출로 인해 논란을 일으킨 김원석을 방출하기로 했다”며 “사적 공간인 SNS 개인 대화일지라도 부적절한 대화 내용이 유포된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발단은 이러했다. 김원석과 SNS를 통해 나눈 대화 내용을 한 팬이 다른 팬에게 전달했고 이것이 여러 야구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되면서 논란이 뜨겁게 일었다. SNS로 홍역을 치른 선수가 제법 있지만 김원석의 경우 정도가 지나쳤다.
밝혀진 대화 목록을 들여다보면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뒷담화가 가득하다. 이상군 전 감독 대행과 동료들을 모욕하는 것도 모자라 팀 치어리더의 외모를 비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욕설과 폭력을 연상시키는 문장들도 뒤따랐다. 지역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자신이 기용되지 못하는 이유가 지역 컬러와 맞지 않아서라며 한화 구단의 연고지인 충청도를 “멍청도”라고 비하했다.
무엇보다 지켜야 될 선을 넘긴 것이 문제다. 우선 김원석은 프로야구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팬을 모욕했다. 한 팬이 그린 자신의 초상화를 SNS에 올리며 감사함을 표했던 김원석은 어느 팬과의 대화에선 “못생겼다“며 욕설과 함께 외모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김원석은 2012년 한화에서 데뷔했으나 한 시즌 만에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현역으로 군 복무를 해결 한 뒤 독립야구단을 통해 재기, 다시 한화로 복귀했다. 올 시즌엔 2할7푼7리 7홈런 26타점을 기록하며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야구를 다시 못할 줄 알았다”며 필드 복귀에 대한 절실함을 내비쳤던 그였기에 무명에 가까운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을 뒤에서 모욕했단 사실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팬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던 건 김원석의 ‘전태일 열사 발언’이다. 김원석은 대화 중 팬이 “전에 담배 피려다 머리에 불붙은 적 있었다”라고 하자 “전태일 될 뻔 했어”라며 그를 희화화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쉽사리 연관 지을 수 없는 맥락의 농담이다. 이밖에도 김원석은 대통령을 ‘빨갱재인’이라 모욕하는 등 극우 성향의 특정 커뮤니티를 연상시키는 단어를 선택해 대화를 이어나갔다. 김원석은 논란이 거세지자 대화를 나눴던 팬에게 직접 손 글씨로 쓴 사과문을 전달하기도 했으나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뒤였다.
방출 된 김원석은 신분상으론 당장 타 팀과 계약이 가능하다. 기량만 놓고 보면 분명 매력적인 자원이지만 여론을 무시하고 당장 그를 데려갈 구단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선수 생활을 이어갈 가능성도 희박하다. 코칭스태프와 팬을 모욕했고, 치어리더를 비하한 것도 모자라 전태일 열사를 희화화했다. 프로선수로서 기본적인 소양도 갖추지 못한 그가 다시 야구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앞으론 없을 것이다. 아니, 없어야만 한다. 안타깝지만 '재기의 드라마'를 쓴 김원석에게 또 한 번의 재기는 없을 전망이다.
김원석이 자신이 뱉은 말의 무게감을 뼈저리게 실감하길 바란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