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와 유사한 상황이 2~3번 더 발생해야 감염관리가 제대로 될 것.” 감염내과 의사들 사이에서 오가는 자조 섞인 푸념이다. 22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진행된 ‘쿠키뉴스 H콘서트’ 자리. 이재갑 한림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항생제 내성균 실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이 교수는 강연을 통해 ‘슈퍼박테리아(항생제 내성균)의 위협과 대응책’을 주제로 슈퍼박테리아 실태와 대응 방안을 소개했다. 이 교수의 강연은 각 주제에 따라 ▶항생제 내성의 정의 ▶슈퍼박테리아 감염 위협 ▶항생제의 적정사용과 새로운 항생제 확보 필요성 ▶슈퍼박테리아 대응을 위한 세계적 노력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 교수는 “만약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치자. 대체로 각 병원마다 감염 예방에 노력하지만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면서 “병원내 항생제 내성 감염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러한 항생제 내성균 감염의 위험성을 정부도 신경 쓰고 있지만, 관련 정책 수립은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리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슈퍼박테리아 예방을 위한 여러 방안을 제시했다. 항생제 남용을 줄이고,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 및 적재적소에 대한 적용을 위한 기반 마련이 그것이다. 이 교수는 병원의 감염 예방 방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의료기관도 감염 및 환경 관리 노력을 해야 한다”며 “메르스 사태 이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인 정책 마련의 아쉬움도 존재한다. 이 교수는 “항생제 내성 관리와 관련, 정책이 장기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감염내과의사들 사이에는 ‘메르스 같은 사건이 2~3번 터지면 한국은 감염관리 선진국이 될 것’이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마저 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된 환자에게 사용할 ‘항생제’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제약회사에 많은 지원과 독려로 항생제 개발이 늘어나게 됐다는 것. 한국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실제 국내서 개발한 항생제가 적정 약가를 받을 수 없어 한국에서 팔 수 없는 경우도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10여 년 전 효과적인 항생제의 국내 출시가 좌절된 이유는 약가 때문이었다”며 “심각하고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항생제 남용도 우려해야 하지만, 해외에서 개발된 신약의 보장성을 강화하고 엄격히 관리해, 꼭 필요한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