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 북한 병사의 치료를 맡고 있는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과 중증외상 환자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건대병원의 김진구 정형외과 교수가 이 교수에 대한 견해를 밝혀 눈길을 끈다.
김진구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이 파열돼 회충이 복강 내로 나오면 상황이 달라진다”면서 “손과 핀셋으로 구멍에 박힌 회충을 다 떼어내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몇 시간 정성을 들여 수술하면 (의료)수가는 대략 10여만 원”이 고작이라며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당시 본인의 수술 경험을 들어 중증외상 환자에 대한 현실적인 의료수가 설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우리 사회에는 이런 ‘이국종’들이 많이 있다”면서 “진료 현장에서 비켜서지 않고 환자 옆을 지키는 의사들이 많이 있기에 한국이 의료 선진국이 됐다”고도 전했다. 이어 “(의사들이) 이익만을 위해 사는 돈 많은 전문가 집단으로 매도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당부했다.
이하는 김진구 교수의 글 전문(일부 표현은 문법맥에 맞춰 수정했다).
이국종 교수, 평범하지 않다. 화제의 인물, 풍운아가 맞다. 외과 의사의 전형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적절하게 세간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적당한 영웅. 의식도 있고 독특한 언어로 거칠지만 적절하게 말도 잘한다.
그를 위한 변명 하나. 기생충, 인분 등의 이야기는 아마도 본인과 병원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기자회견의 성격이 강하다. 회충은 아주 오래된 기생충으로, 많아도 숙주인 사람에게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숙주가 죽으면 자신들도 다 죽는 환경에 오래 적응된 탓에 얌전한 기생충이 된 것이다.
그러나 장이 파열되어 (회충에게) 안전한 공간이 파괴되는 등 복강 내로 쫓겨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눈도 퇴화되고 직진 외에 후진이 불가능하고 오직 생식 기능만 발달된, 하루 10만~20만개의 알을 낳는 이 얌전한 녀석이 얼마나 무서운 재앙이 되는지 기자회견을 통해 그는 충분히 설명했다.
좁은 구멍은 이 놈들로 다 막혀버리고, 복강 내로 (회충이) 나오면 구충제가 듣지 않기에 오직 손과 핀셋으로 구멍에 박힌 회충을 다 떼어내는 방법 밖에는 없다. 이렇게 몇 시간 정성을 들여 수술하면 (의료)수가는? 딱히 규정이 없어 변연절제술 대략 10여만 원 수술료를 책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탈출하다 파편을 등에 맞으면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환자의 등에 박힌 200여개의 콘크리트 파편을 8시간에 걸쳐 제거한 적이 있다. 적용할 수 있는 수술 수가는 근육 내 이물 적출술 4만원(복합가산 적용 총 6만원)이었던 경험을 한 바 있다. 저수가, 의료제도 문제 등 칼 잡은 외과의사는 그런 생각할 겨를도 없고 그런 이유로 환자 치료를 거두고 물러서지 않는다. 칼잡이답게 매일 생각을 단순하게 하려고 명상한다.
인분과 기생충이 복강으로 빠져나와 오염을 시키는 상황은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매우 위협적인 상황인데, 이를 브리핑 하지 않고 진짜 환자가 사망하기라도 하면? 일부 언론들은 알벤다졸 같은 구충제 한 알이면 다 박멸할 수 있는 회충을 잡지 못해 자유 대한의 품으로 탈출한 소중한 생명을 놓친 돌팔이 병원으로 매도할 것이 뻔하다.
왜냐? 회충은 아무리 많이 우글거려도 구충제 한 알로 박멸시킬 수 있는 병으로 책에 소개돼있고 기자들은 이를 인용할 테니. 병사가 죽고 난 후에도 이국종 교수에게 호의적으로 그가 처해있던 상황을 이해하고 보호해주지 않으리란 걸 그는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종대 의원(정의당)의 환자 인권, 북한에 대한 폄하 등등의 발언이 나왔기에 아마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은 그가 환자에 집중할 수 있게 지방 방송을 끄고 소리 없는 응원의 힘을 보내야 할 때다.
한가지,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 우리 사회에는 이런 ‘이국종’들이 많이 있다. 그를 영웅으로 만들고 반면에 그와 비교하여 나머지 의사들을 이국종답지 않은 소의로 여기는 불편한 시선이 있는 게 사실이다. 전국의 중증 외상 센터에는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면 바로 달려 나와 밤을 새우는 많은 의사들이 있다.
응급 환자를 보지 않더라도, 진료 현장에서 비켜서지 않고 바위처럼 환자 옆을 지키는 흰 가운들이 많이 있기에 우리나라가 지금의 의료 선진국이 됐다. 이분들의 노고를 돈이나 밝히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사는 돈 많은 전문가 집단으로 매도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국종 교수의 인터뷰를 지켜보며 드는 생각. 이국종 교수는 말을 단순하고 짧게 하는 훈련을 잘 한다면 지금보다 두 배는 멋있을 것이다. 어쨌든 난 칼을 들고 환자의 죽음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그가 좋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