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SK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의 매각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제조업 기반의 대기업 계열 증권사들의 영향력이 조금씩 축소되고 있다. 삼성, 한화, 현대차투자증권 등은 그룹 내 주요 계열사와 비교해 실적 면에서 기여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증권사의 본연의 역할보다는 대기업 계열 퇴직연금 몰아주기 등의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SK증권과 하이투자증권 등의 매각이 확정되면서 현재 대기업 계열 증권사는 삼성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투자증권 등이 남았다.
십 수 년 전까지만 해도 대표 증권사로 꼽혔던 LG, 현대, 대우증권 등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난해 말 미래에셋대우, KB증권 합병이 추진되면서 대기업 계열 증권사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기업 계열 증권사의 수가 갈수록 감소하는 것은 모기업 내 타 계열사와 비교해 미미한 실적 기여도, 그룹 내 역학관계에 따른 사업 방향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기업 내 계열 증권사는 금융지주 증권사와 달리 사업 영역에서 제약을 받는 편이다. 특히 같은 계열사의 자금조달(회사채 발행), IPO 주관, 인수 합병 등에서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경쟁업체로부터 거래(deal)도 쉽지 않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호텔롯데가 삼성의 계열사인 호텔신라와 경쟁 관계인 것을 고려하면 삼성증권에 IPO(기업공개)를 맡길 가능성은 낮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수익성만 놓고 본다면 대기업 계열 증권사의 비중은 높지 않다. 결국 그룹 내 퇴직연금 몰아주기나 지분이 높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가 주 역할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라고 말했다.
예외적인 사례는 있다. 삼성증권은 기존 자산관리 사업 위주에서 벗어나 IB(기업금융) 사업을 통해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그동안 삼성그룹 내에서 비중이 적은 관계로 ‘모 기업 비자금 창구’라는 비아냥을 들었지만 지난해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증권은 그동안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체투자 사업을 소홀히 해왔으나 최근 사업 다각화와 IB사업 확장을 위해 대체투자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IPO부문에서 실적을 보면 지난해 4건에서 올 상반기에만 33곳의 비상장기업과 상장 대표·공동주관사로 선정됐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