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치매연구개발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인 묵인희 교수(서울대의대 생화학교실)가 지난 22일 자진 사퇴했다. 묵 전 위원장이 치매 치료제 개발 회사인 ‘메디프론’의 최대주주이며,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의 이해당사자라는
묵 전 위원장에 대한 의혹은 세 가지다. ▶메디프론이 사실상 가족회사라는 점 ▶국비 45억원을 들인 치매 진단 기술을 3억1000만원에 메디프론에 넘긴 배경 ▶위원장 취임 직후 메디프론이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점 등이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묵 전 위원장을 비롯해 보건복지부도 별다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참고로 9월20일 위원회 발족 당시 묵 전 위원장은 해당 사업에 기업체가 어떻게 참여하게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연구개발을 할 때부터 산업체쪽 인사가 자문위원으로 들어오도록 해서 비율을 다시 가져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초 연구와 기업체의 방향성 조절을 의미하냐는 질문에도 긍정의 뜻을 밝힌바 있다.
'치매국가책임제' 후속조치의 하나인 이 사업은 ‘국가치매연구개발 10개년 투자계획을 수립’을 목표로,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가 참여한 범부처 치매 연구개발(R&D) 사업이다. 사업 발표 즉시 정부의 파격적인 예산 투입과 위원 선정 등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불과 두 달 만에 묵 전 위원장의 스캔들(?)이 터져나온 것이다.
현재 묵 전 위원장이 스스로 물러남에 따라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묵 전 위원장도 자리에서만 내려왔을 뿐, 행동의 제약은 없어보인다. 실제 그는 28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공동 주최하는 ‘여성과기인 정책 업그레이드’ 행사에 토론자로 참석할 예정이다. 불명예 퇴진 불과 엿새 만에 공식석상으로 ‘복귀’하는 셈이다.
유영민 장관은 묵 전 위원장의 사퇴 소식이 처음 알려진 24일 ‘과학언론인의 밤’에 참석했다. 유 장관은 두 팔을 번쩍 올리고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러나 이번 논란에 대해선 일언반구하지 않았다.
국가 치매연구개발위원회는 단일 임상·연구 분야에 1조원이 투입되는 국가사업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권한을 갖는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사업 및 참여 인사들의 공정성과 도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조원에 달하는 대단위 사업의 시작부터 공정성에 금이 간 이유는 하나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모신’ 인사들의 검증이 과연 신뢰할 수준으로 이뤄졌냐는 것이다.
쿠키뉴스는 위원회 발족 당시부터 참여 인사들의 면면을 조사해왔다. 결과는 놀랍다. 연구비 무단 운용을 비롯해 논문에 이름 끼워 넣기 등 비교적(?) '사소한 일탈'부터 의료법 위반 등 명백한 현행법 위반까지 여러 사실들이 발견됐다. 이 과정에서 묵 전 위원장의 메디프론 최대주주 사실도 발견됐었다.
다음은 지난 9월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치매연구개발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위원들의 명단이다.
▷민간=강재훈 일동제약 중앙연구소장, 김기웅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동진 KIST 책임연구원, 김명옥 경상대학교 의용생명과학부 교수, 김문상 광주과학기술원 헬스케어로봇 센터장, 김종원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성제경 서울대 수의대 교수, 이동영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재홍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정용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뇌공학과 교수, 최영식 한국뇌연구원 뇌질환연구부장
▷정부=양성일 보건산업정책국장, 김정원 기초원천연구정책관
▷간사=김국일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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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