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난임 정책의 맹점을 지적하는 난임 여성들에게 한 누리꾼은 “무조건 지원을 늘려달라는 떼쟁이”라는 덧글을 썼다. “세금 도둑”이라거나 “이기주의자들”이란 표현은 그나마 낫다. 난임 정책의 정책 대상자인 난임 여성들이 정책을 비판하면 으레 인신공격을 비롯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막말이 따라붙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난임 여성들은 정말 일부 누리꾼의 말처럼 ‘프로불편러’(툭하면 비난과 혐오로 몰아붙이는 문화나 사람들을 풍자하는 은어)일까? 아니면, 정당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걸까?
이 질문의 답은 이제부터 공개할 두 편의 기사를 통해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쿠키뉴스는 난임 정책 시행 3일전에 진행된 보건복지부(복지부)와 난임 여성들 사이의 비공개 간담회 녹취록을 단독 입수했다. 앞선 보도에서 그 내용 중 일부를 공개한 바 있지만, 정책 대상자들에 대한 도 넘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주장의 실제가 무엇인지 귀 기울일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 전문을 공개한다.
지난 9월 28일 오전 10시40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 회의실에 10여명의 사람들이 마주보고 앉았다. 정부의 새 난임 정책 시행 전까지 불과 3일을 남겨둔 상태에서 열린 ‘긴급 간담회’ 자리였다. 정부 측에서는 보건복지부 정통령 보험급여과장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안유미 수가개발실 수가개발2부장을 비롯해 소속 공무원들이 나왔다. 반대편에는 난임 전문 단체와 관련 커뮤니티에서 온 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1시간30분 분량의 녹취록에는 난임 정책을 총괄하는 복지부와 심평원 간부 및 실무진의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구어체나 문법에 맞지 않는 비문은 기사체로 일부 수정했다.
▶안유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가개발실 수가개발2부장(안유미 부장)=“국민들도 문재인 케어에 관심이 많나.”
▷난임 여성=“그렇다.”
▶안유미 부장=“복지부에서도 보험급여과가 (문재인 케어의) 가장 핫라인이다. 심평원과 같이 일하기 때문에 저희가 최전방에 서 있다.”
▶복지부 공무원=“잘 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초반 분위기는 환담이 오가는 등 화기애애했다)
▶안유미 부장=“난임을 작년부터 계속 추진하고 있었다. 건강 보험 급여화 계획은 2014~2018년까지 하는 사업 중 하나다. (급여화는) 그 전부터 계획에 잡혀 있었다. 작년 말부터 전문가자문회의 등을 거쳤는데 굉장히 어려웠다. (난임 부부들은) 나이 제한과 횟수 연계를 왜 하느냐고 묻는다. 횟수 연계는 정부 정책도 있었으며 외국 사례 등을 고려, 많은 것이 반영됐다. 난임 환자 및 가족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중략)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지난한 작업을 했고 왜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지 설명을 하면 상호 공감대가 생기지 않겠나.”
▷난임 전문 단체 관계자(단체 관계자)=“계속 복지부 출산정책과에 문의를 했다. (복지부 출산정책과도) 아는 게 없었다. 보건소와 병원에서는 9월 30일까지 (정부 난임 지원 횟수를) 다 써야한다고 했다. 그래야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난임 부부들은) 다 쓴거다. 그러다보니 이런 사태가 온 것이다. 이렇게 부랴부랴 발표할 게 아니라, 사전에 설명회나 공청회라도 준비가 돼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우왕좌왕하지 않을 것 아닌가.”
▷난임 여성 A씨=“난 만 45세라 난임 시술의 건강보험 적용에서 제외됐다. 첫 아이만이라도 정부 지원을 요청한다. 현재 정책은 만 44세 이상은 임신과 출산을 하지 말라는 식으로 자른 것 같다. 현재 40대는 과거와는 많이 다르다. 노인 무임승차도 기존 65세에서 70세로 상향됐고, 정년퇴임 나이도 늘어나는 추세다. 왜 난임만 44세로 제한을 두는지 의아하다.”
▷난임 여성 B씨=“합리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같은 결정을 한 건지 의구심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난임 여성 C씨=“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위해선 태어난 나이도 중요하지만 여성의 난소 및 자궁 등의 환경이 더 중요하다. 44세이지만, 난임의 원인에 따라 다소간의 도움을 받으면 충분히 임신과 출산이 가능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태어난 나이로 자르면 이들은 출산을 포기하게 된다.”
▶복지부 공무원=“나이 제한을 결정한 과정을 말씀드리겠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의 나이제한을 두고 있는 나라들과 동일한 수준이다. 건강보험에서는 의학적 근거 및 타당성이 가장 우선시된다. 45세를 넘으면 출산율, 임신율, 출생율이 1% 이하로 떨어진다. 문제는 유산율이다. 유산율이 70% 넘게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다. 우린 안정성을 고려했다. 다른 나라도 제일 높은 나이가 45세여서 이처럼 결정한 것이다.”
▷난임 여성 B씨=“44세 이상은 출생율이 1%밖에 안 된다는 말은 99%가 임신을 못한다는 이야기다. 즉, 이러한 연령대의 여성들은 전부 임신을 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난임 시술로 정평이 난 전문병원들이 존재한다. 명의도 많다. 이들에게 시술을 받으면 1%라는 확률은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 일반적인 산부인과의 통계자료일 뿐, 말이 안 된다. 도대체 어떤 데이터를 참고했나.”
▶복지부 공무원=“영국, 독일, 프랑스 등 여러 나라들에 대한 자료가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
▷난임 여성 B씨=“해외 사례에 준해 한국도 44세까지 지원을 해준다는 건데, 나라별 실정이 다 다르지 않나.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저출산률이 가장 심각하다. 여기에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상황인데, 다른 나라들과 단순 비교해 기준을 정하는 것은 한국 실정에 맞지 않다.”
▶복지부 공무원=“이들 나라를 기준으로 나이제한을 결정했단 말이 아니다. 해외에서는 만 45세 미만 기준을 두고 있다는 것을 거론한 것뿐이다. 건강보험이 의학적·안정성을 고려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45세가 넘으면 임신 및 출산이) 위험하다는 것을 참고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다양한 견해가 들어온다. ‘난임 시술은 여성의 몸을 단순히 출산의 도구로 사용, 생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국가가 (난임 시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이러한 행위를 조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건보 적용을 반대하는 탄원서도 들어오고 있다.”
▷난임 여성 C씨=“만 44세 이상의 여성들에게 출산의 기회를 박탈하는 게 아닌가.”
▷난임 여성 B씨=“이번 건강보험 적용으로 만 45세 이상은 되레 피해를 보고 있다.”
▶복지부 공무원=“우리가 난임 시술 금지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난임 여성 B씨=“난임 시술이 비급여일 경우, 전문병원 자체적인 할인제도 등과 같은 혜택이 있었다. 이번 정책으로 이를 전혀 받지 못 받게 됐다.”
▶복지부 공무원=“병원이 할인 해주던 것을 말인가.”
▷난임 여성 B씨=“그렇다.”
▶복지부 공무원=“아.”
▷난임 여성 B씨=“이번 난임 건보적용으로 우린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게 아니라, 아예 낳지도 말라는 요구를 받고 있는 셈이다. 벼랑에서 굴러 떨어진 느낌이다. 주변에선 힘들게 임신을 준비하는데, 나라에서 만 44세로 제한하기 때문에 자신감이 없어진다고 아우성이다.”
▶복지부 공무원=“기존 난임 지원사업도 똑같이 만 44세 나이제한이 있었다.”
▷난임 여성 B씨=“지원사업은 말 그대로 지원이었을 뿐이지만, 지금 이 건은 건강보험 적용의 문제가 아닌가. 건강보험료를 내는 모든 국민이라면 평등하게 의료혜택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차등지원책을 쓸 수도 있지 않은가. 만 44세 이상이라고 아예 버리지 말고, 임신을 시도하는 사람에 한에서는 최소한의 지원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구제’해줄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 달라.”
▶복지부 공무원=“차등지원을 적용하려고 해도 안정성의 해결이 안 되면 어렵다.”
▷난임 여성 B씨=“도대체 어떤 안정성을 말하는 건가.”
▶복지부 공무원=“유산율도 그렇고 건강보험이 안정성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보다 나이 제한 폭도 더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굉장히 많다.”
▷난임 여성 B씨=“상식적으로 그러한 주장을 하는 이들은 난임 당사자가 아니지 않겠나. 사실 만 45세 이상의 폐경 전 여성들 중에서 임신을 시도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예산 등의 문제로 많지 않은 이들을 아예 제외해 버리는 건 납득할 수 없다.”
▶복지부 공무원=“예산 때문이 아니다. 예산 때문이 절대 아니다. 건강보험 적용은 이전의 난임 지원 사업과 유사한 부분도 있지만, 건강보험 제1의 원칙은 의학적 유효성과 타당성이 확보된 경우에 한한다는 이야기다.”
▷난임 여성 B씨=“어느 병원도 안정성 등의 이유로 44세 이상 난임 여성의 치료를 거부하지 않는다. 난임 병원에서 안전하지 않음에도 단지 돈을 벌기 위해 난임 환자들의 내원을 허락하는 건 아니지 않겠나.”
▶복지부 공무원=“그건 의사의 판단에 따른 문제다.”
▷난임 여성 B씨=“대부분의 병원이 환자를 받는다.”
▶안유미 부장=“대부분의 시술이나 검사는 많은 사람들이 낸 돈으로 마련한 재원을 사용하기 때문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부분’에 국한된다. 난임만 만 44세 나이제한이 있는 게 아니다. 건강보험은 대부분 이렇다.”
▷난임 여성 C씨=“그러나 우리는 건강보험료를 계속 낸다. 보험은 만약을 대비해 지불하는 돈이다. 지원과 보험은 별개의 개념이란 말이다. 연계 사실을 미리 알려줬더라면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다.”
*하편에서 계속됩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