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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최규순 게이트’의 결말은 단돈 1000만원이었다. 제 식구 챙기기,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규순 전 심판과 구단간의 금전 거래가 확인된 건 지난 7월2일 한 매체 보도에 의해서였다. 두산 베어스 최고위급 인사 A씨가 한국시리즈를 앞둔 지난 2013년 10월 당시 최규순 심판에 현금 300만 원을 건넨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밖에도 KIA와 삼성, 넥센 등 3개 구단이 역시 최 전 심판에 금품을 건넸다는 사실이 줄줄이 밝혀지면서 리그에 혼란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순수하게 경기에 임한 선수들의 열정과 노력이 ‘매수의 결과’로 치부되는 등 리그의 진정성이 와해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KBO 역시 돈거래를 인지했음에도 은폐·축소하려했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조사 결과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이후 ‘최규순 게이트’는 관련 임직원이 사퇴하고 최 전 심판이 불구속 기소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리그 순위경쟁이 무르익으면서 성난 민심도 점차 잠잠해졌다.
리그가 끝나고 스토브리그에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사이, KBO는 28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관련 사건을 심의했다. 그 결과 최 전 심판에게 금품을 제공한 삼성 라이온즈, 넥센 히어로즈, KIA 타이거즈 등 3개 구단에 벌금 1000만원을 부과했다. KBO는 “최규순 전 심판과 구단 전현직 임직원 간에 일어난 금전 대여가 승부 조작과는 무관한 개인적인 거래로 밝혀졌다”면서도 KBO 규약 제155조 1항에 따라 금품 수수 관련 구단에 책임을 묻기로 했다.
솜방망이 처벌이 아닐 수 없다. 당장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투수 윤지웅에게 LG 구단이 부여한 벌금이 1000만원이었다. 개인적인 거래, 개인의 일탈이라 보기에는 전직 심판과 구단 고위 관계자의 돈거래는 의미심장하다. 인간이라면 응당 자신에 호의를 표한 타인에 마음이 끌리기 쉽다. 승부조작을 직접 청탁하지 않았더라도 돈을 건넨 구단과, 그것을 거부한 구단을 대하는 최 전 심판의 태도는 분명 달랐을 것이다. 즉, 문서로 명문화돼있지 않았을 뿐이지 돈 거래 이면에 구단과 심판간의 암묵적인 거래가 존재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KBO는 조사 결과를 표면적으로 해석해 이번에도 제 식구 감싸기에 들어갔다. 추후 재발 방지를 위해 강력한 징계를 내려도 모자랄 시점에 과연 재발 방지에 대한 의지는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품게 만들었다. 선수들의 도박, 음주운전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리그 존폐를 뒤흔들만한 큰 사건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당장 이웃 종목 프로축구의 사례와 비교해도 납득할 수 없는 처벌 수위다. K리그 전북현대는 지난해 심판에 뒷돈을 건넨 혐의가 발각돼 승점 삭감과 벌금 1억원을 부과 받았다. 제재 수위가 높지 않자 팬들이 즉각 반발했고 결국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박탈되기도 했다. 반면 ‘최규순 게이트’는 전북 현대 사례처럼 일개 구단의 단순한 일탈이 아니다. 무려 4개 구단이 전직 심판과 연루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KBO는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스포츠’다. 다른 스포츠 종목에 비해 인기도, 시장의 규모도 월등히 크다. 하지만 리그를 흔든 스캔들을 단 돈 1000만원에 매듭지었다. KBO의 이 사건에 대한 미온적 태도와 경각심 부재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야구팬 역시 KBO의 이같은 결정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포털에 벌금 제재 사실이 보도되자 네티즌 무**는 “비싼 돈 투자하지 말고 매수해서 성적내라”며 KBO의 결정을 비꼬았고 네티즌 선플***는 “FA 100억 시대에 고작 벌금이 1000만원”이라며 분노했다.
KBO 이사회는 29일 제22대 총재로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만장일치로 추천했다. 추후 사무총장 역시 새로 선임할 예정이다. 야구팬들은 새 총재와 사무총장이 좀 더 나은 리그를 만들어주길 원하고 있다. 새 얼굴들의 지휘 아래, KBO는 공정하고 투명한 리그로 거듭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