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변함없이 스토브리그가 양극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형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이 쏟아진 상황이지만 한 쪽에선 시장의 냉담한 반응에 추운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총 18명의 FA 선수 가운데 현재 6명만이 구단과 손을 잡았다.
NC 이종욱과 손시헌 등 비시즌 일정 등을 이유로 구단과 제대로 된 만남조차 갖지 못한 선수도 있지만 원 소속구단과의 이별이 기정사실화 된 선수도 적잖다.
5일 kt 위즈는 FA를 신청한 이대형이 타 팀 이적을 원한다면 보상 선수를 받지 않기로 했다. 4일 롯데가 내부 FA 최준석과 이우민을 보상 선수 없이 시장에 보내주기로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실상 이들과 계약할 의사가 없음을 공식화 한 셈이다. 넥센 역시 내부 FA 채태인에 대해 보상선수를 받지 않겠다고 전했다.
구단과 선수 모두 제도적인 문제를 인식하는 모양새다.
KBO FA 보상규정에 따르면 선수 영입을 결정한 구단은 해당선수의 연봉 300% 혹은 200%에 보상선수 1명을 지급하는 것으로 돼있다. 대부분의 구단은 연봉을 덜 지급받는 대신 보상선수 1명을 얻길 원한다. 20인 보호선수를 지정하더라도 분명 빈틈이 생긴다. 타 팀으로선 A급 선수도 아닌, 30대 중반의 베테랑을 영입하기엔 유망주 유출이 꺼림칙하다.
지난해 FA 자격을 얻은 용덕한과 조영훈은 보상제도의 희생양이다. 조영훈은 지난해 2년 총액 4억5000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을 제외한 연봉은 3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연봉에서 1억1000만원 인상됐다. 용덕한은 생애 첫 FA를 맞이했지만 NC와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은퇴를 결심했다. 그를 불러주는 팀도 없었다.
부상에 시달린 것도 아니고, 기량도 준수했지만 보상제도가 그들을 벼랑으로 내몰았다.
이대형과 최준석, 채태인은 30대 중반의 선수다. 검증된 실력을 자랑하지만 적지 않은 나이와 노쇠화가 걸림돌로 꼽힌다. 여기에 보상선수와 보상금까지 걸려있으니 선뜻 지갑을 열기가 쉽지 않다. FA 신청을 마냥 미룰 수도 없는 일이다. 이우민은 지난 시즌 한 차례 FA 신청을 미뤘으나 결국 올 시즌 구단의 은퇴 권유로 불가피하게 시장으로 나왔다.
구단의 방향성이 육성 위주로 바뀐 것도 한몫했다. 고액 FA의 부진으로 막대한 손실을 경험한 구단들이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재편하는 형국이다. LG에서 방출된 베테랑 정성훈은 3할1푼2리의 타율에 4할대 장타율까지 겸비한 즉시전력감이다. 방출 선수로 분류돼 보상에 대한 제약이 없지만 현재까지 정성훈에 관심을 드러낸 구단은 없다.
이대로라면 지난 시즌처럼 타의에 의한 은퇴, 혹은 구단과의 철저한 갑을 관계에 따른 헐값 계약을 맺는 선수가 속출할 것임은 분명하다. FA 등급제 마련, ‘한국판 퀄리파잉오퍼’ 등의 개선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구단의 투자 기조가 바뀐 이상 FA 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해를 거듭해도 지속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길 잃은 베테랑들이 새 둥지를 찾을 수 있을까. 누군가는 끝내 유니폼을 벗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