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1987' 김태리 "강동원과 로맨스? 가능성 사라졌다는 것이 가장 중요"

[쿠키인터뷰] '1987' 김태리 "강동원과 로맨스? 가능성 사라졌다는 것이 가장 중요"

기사승인 2017-12-21 17:15:22

1990년 태어난 김태리지만 영화 ‘1987’(감독 장준환)의 시나리오를 읽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자신이 태어나기 이전의 시대라지만 시나리오 자체가 탄탄했기 때문이다. “한 쪽으로 치우치거나 매몰되지 않은, 영화적인 재미도 잘 어우러진 이야기였어요. 읽자마자 빠져들었고, 깊게 공감했죠.” 영화 ‘1987’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태리의 말이다.

연희는 갓 스무 살이 된 연세대학생이다. 노래듣는 것을 좋아하고,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만 만만한 이른바 ‘먹고대학생’. 치열하게 싸우는 주변 사람들을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으나, 차차 그들이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어떤 것을 지키려는지 알게 되며 변화하는 캐릭터다. 캐릭터의 세밀한 변화를 표현해내야 하는 만큼 부담도 있을 터다. 그러나 김태리는 “자유롭게 시작했다”고 연희를 만들어낸 배경을 전했다.

“연희는 가상의 캐릭터인 만큼 저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는 부분도 많았지만, 시나리오 속 곳곳에 힌트들이 숨어 있었어요. 어찌 보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실존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다른 선배들보다는 오히려 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었죠. 사건을 보고 연희는 왜 이렇게 행동할까? 왜 이런 말을 할까? 하며 평범하게 접근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연희는 강단도 있고 고집도 있지만, 여린 모습도 가지고 있어요. 누군가의 사상에 쉽게 흔들리고 동감하는 마음을 못나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감추며 강한 척 하는 인물 같았죠.”

연희는 극중 강동원이 분한 남학생과 깊은 교감을 나눈다. 로맨스의 여지도 있다. 그러나 해당 인물이 실존 인물인 만큼 연희와 그의 관계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도 있다. 관객이 보기에는 감정 몰입을 위해 만들어진 작위적인 그림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 관해 김태리는 남다른 의견을 내세웠다.

“해당 남학생의 실제 어머님이 촬영장에 몇 번 오셔서 같이 밥도 먹었어요. 그 때 제가 연희 역을 맡은 김태리라고 소개를 해 드렸죠. 그러자 제게 ‘아이고, 우리 애도 이런 친구가 있었으면 참 좋았겠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영화 속 연희와 남학생은 관객이 보기에 ‘썸’을 타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그 관계가 중요한 건 아니에요. 그들이 썸을 탔든, 혹은 타지 못했든. 둘이 연애를 할 수도 있었고 각자의 길을 갈 수도 있었겠죠. 그렇지만 그런 가능성을 가진 미래가 아예 사라져버린 젊은이가 1987년도에 있었다는 것을 관객들은 두 사람의 교감에서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올해 초 ‘아가씨’(감독 박찬욱)가 개봉하며 혜성같은 신예로 영화계에 나타난 김태리다. ‘1987’을 거치고 오는 2018년에는 ‘리틀 포레스트’ ‘미스터 션샤인’등 굵직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마냥 행복할 것만 같은데, 정작 김태리 본인은 괴로움이 더 크다고 털어놨다.

“매번 자책과 자기반성이 큰 것 같아요. 물론 연기를 하며 제게 드는 즐거움과 뿌듯함도 있죠. 그렇지만 연기를 하고 난 순간에는 괴로움이 더 커요. 어떻게 하면 나는 이 작품에 더 좋은 방향으로 기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연출자가 원하는 바대로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계속되죠. 잡생각이 많아져서 밤에 누워서 홀로 이불도 진짜 많이 차요. 하하.”

“저는 좀 이기적인 사람이에요. 배우라는 직업인으로서 살기 이전에 인간 김태리로서 살아가야 하니까, 어떻게 살아야 좋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 하죠. 배우를 계속 해나가려면 즐거움이 계속 필요한데, 오히려 괴로움이 더 크니까 고민이 많이 돼요. 연극을 할 때도 계속해서 그런 고민을 했거든요. 영화는 연극보다 더 오랜 시간을 작업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들어요. 그래서 드라마 촬영이 더 기대돼요. 하하하. 굉장하다면서요? 잠도 안 재우고, 먹지도 못하고. 엄청 바쁘다고 들었어요. 드라마 찍을 때는 그런 괴로운 생각을 좀 덜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요.”

‘1987’은 오는 27일 개봉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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