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소화기질환의 빈도가 높습니다. 자극적인 음식 문화, 폭음과 폭식, 흡연도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소화기관은 구강에서 식도, 위, 소장과 대장, 항문까지 이어지는 몸 속 기관으로 소화와 흡수, 그리고 노폐물 배출을 담당한다. 최근 서구화된 생활습관 등으로 소화계통 질환이 늘어남에 따라 의학적으로 소화기계통 질환에 대한 중요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인의 소화기 건강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 국민 5명 중 1명은 소화기 질환(식도, 위 및 십이지장의 질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기준으로 약 1036명의 환자가 식도, 위 및 십이지장의 질환으로 진료를 받았으며, 이는 전체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26일 내년도 대한소화기학회 회장으로 취임한 박조현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짜게 먹는 식습관, 한 그릇에 함께 먹는 문화, 그리고 폭음· 폭식’ 등을 소화계통 질환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박 교수는 “소화기 질환 중 위암은 여전히 가장 많은 암 발생률을 기록하고 있고, 또 최근에는 대장 용종이나 대장·직장암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며 “대부분 먹는 음식, 식문화 등 후천적 요인들에 의해 나타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소화기질환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다. 김치, 찌개, 염도가 높은 반찬 등 짜게 먹는 것에 주의해야 하고, 과식과 과음도 줄여야 한다. 탄 음식 또한 발암물질에 해당되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연말연시에는 잦은 회식 등으로 인한 과식을 주의해야 한다. 늦은 과식은 자는 동안 음식을 역류하게 만들어 역류성 식도염의 위험을 높이고, 반복되다보면위와 식도의 경계부에 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는 설명이다.
또 찌개 등을 한 그릇에 담아 여럿이 함께 먹는 것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위암의 주범으로 꼽히는 헬리코박터균의 감염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소화기학회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은 약 60% 수준에 달한다.
그러나 높은 발병률만큼 국내 치료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국가암검진 사업 등으로 조기 발견 빈도도 높아 치료 성적 또한 높다.
박 교수는 “위암 등 소화기계 질환 발병률은 세계에서도 높은 축에 속한다. 그러다보니 내과적 치료 뿐 아니라 최소침습수술 등 술기도 발전해 삶의 질을 높이는 수술 등은 세계적으로 리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화기 계통은 의학적으로도 방대한 분야로 다학제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의학계에서는 각 분야별 소통 등이 중시된다.
이와 관련 소화기 관련 8개 연관 학회의 모 학회인 대한소화기학회는 1961년 창립 이래로 국내 소화기 분야 연구의 통합적 접근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제종합소화기 학술대회(Korea Digestive Disease Week, KDDW)를 개최했으며, 내년에는 아시아태평양소화기 학술대회APDW(Asian Pacific Digestive Week, APDW)를 국내에서 열 계획이다.
박 교수는 “대한소화기학회의 연관학회의 융합과 국제화라는 큰 흐름을 계승 발전시키고, 외과의사 출신의 회장으로서 소화기외과 의사의 참여를 극대화함으로써 다학제 학회로서의 면모를 강화해 나가는데 주력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