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미납 전력이 있는 응급환자의 접수를 거부한 병원 원무과 직원이 최근 실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병원 관계자들은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사건”라고 입을 모았다. 개인의 잘못도 있지만 재발을 막을 제도적 대책이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4년 서울 중랑구 A병원 근무하는 원무과 직원 소모(29)씨는 주취상태로 내원한 응급 환자 오모씨(당시 57세)가 과거 의료비 1만 7000원을 미납한 것을 확인하고, 미납금 납부와 보호자 동행을 요구하며 진료 접수를 거부한 바 있다. 이후 환자 오씨는 ‘범발성 복막염’으로 3일 만에 사망했다. 원무과 직원 소씨는 최근 진료거부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 소재 모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원무과 직원 A씨는 “병원에서 미수금 문제로 원무과 직원을 닦달했거나 환자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환자였을 것”이라며 “직원이 불쌍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종합병원의 원무과 직원 B씨도 “구조적 문제인데 개인에게 책임을 지운 느낌”이라며 “주취환자들 중에 응급치료를 받고 상습적으로 도망가는 환자가 정말 많다. 운이 안 좋은 사례가 아닌가 싶다”며 의견을 더했다.
응급실을 찾는 주취 환자, 무연고 환자 등에 대한 병원의 대처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기도에 위치한 대학병원의 C응급의학과 의사는 “응급실에는 술을 마시다 쓰러지거나 문제가 생겨 반복적으로 실려 오는 주취환자들이 많다. 문제는 술에서 깬 후에 난동을 부리거나 도망가는 환자들이 많다는 점”이라며 “응급실이 기본적으로 적자로 운영되기 때문에 수익에 민감한 2차병원들은 강요가 없더라도 미수금에 대한 민감도가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급성 복막염은 의사가 배만 눌러봤어도 감이 오는 질환이다. 간단하게나마 의사가 진찰을 했다면 사망을 막을 수 있었을 수도 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정부는 돈이 없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를 막기 위해 국가가 진료비를 대신 내주고 추후 상환하는 ‘응급의료비 대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병원에 신분확인과 함께 대불제도 이용을 요청하고 응급의료비 미납확인서를 작성하면 된다. 하지만 해당 환자의 경우 제도로 연계되지 못했다.
이와 관련 지방소재 모 대학병원 원무과장은 “진료비 대불제도를 이용하려면 신원이 확인돼야 하고 자격조건도 맞아야 한다. 원무과에서는 의사 진단이 나와야 자격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응급실 환자 접수를 거부하거나 환자를 방치하지 않는다. 이 문제는 병원의 안일안 대처로 보인다. 오히려 진료 이후 발생한 미수금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기관의 치료 의무는 강화되고 있지만 미수금을 회수할 제도적 장치는 없다”며 “직원 입장에서 미수금을 최소화할 의무가 있지만 사정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