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인상되면서 최저임금을 적용받던 병원 노동자들의 기대가 커져가고 있다. 다만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마냥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최저임금 7530원은 지난해(6470원)보다 16.4% 인상된 금액이다. 지난 5년간 평균 인상률(7.4%)을 감안하면 상승폭이 큰 편이다. 또 정부가 최저임금 관련 지원과 단속을 약속한 만큼 이달부터 많은 병원 노동자들이 오른 임금을 받을 전망이다.
의료기관 근로자 중 최저임금과 비슷한 임금을 받는 직군은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청소·관리직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노동계는 최저임금 상승을 환영한다면서도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최저임금 상승 폭이 높은 만큼 부당사례가 발생할 우려에서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이하 간무협)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간호조무사 중 최저임금 이하 임금적용률은 46.6%에 달했다. 이 중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는 13.8%였다. 즉 간호조무사 절반이 올해 임금 상승 대상자가 될 전망이다.
간무협 관계자는 “아직까지 올해 최저임금 관련 부당사례가 접수된 바는 없지만 다음 달부터 근로환경 실태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벌써부터 최저임금 ‘꼼수’를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요양보호사 노동조합인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은 지난 3일 ‘보건복지부가 요양보호사 처우개선비를 사실상 폐지하려한다“며 반대시위를 열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노조 관계자는 “요양보호사들의 적은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2013년부터 시간당 625원, 월 최대 10만원의 처우개선비를 지급했지만, 복지부가 올해부터 처우개선비를 요양수가에 산입해 기관으로 지급한다는 고시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요양보호사들이 최저임금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20년 경력 요양보호사 A(64)씨는 “최저임금이 오른 것은 대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처우개선비가 사실상 폐지되면 실질적으로 7.5% 상승률만 기대할 수 있다”며 “휴게시간을 늘리거나 야간근무수당을 적용하지 않는 등 기관이 편법을 쓴다면 그마저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대학병원들의 경우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을지대병원의 경우 지난해 50일간의 파업 끝에 임금 총액 8.9%를 인상하고, 2020년까지 정규직 비율을 90% 상향하는 등 처우개선안에 노사가 합의했다.
을지대병원 노조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 어디든 있겠지만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 병원도 합의안에 대해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이 병원 노사는 임금체계개선 TF를 운영, 임금격차 및 비정규직 문제 등을 논의 중이다.
다만, 외주용역업체에 소속된 청소노동자·관리직군에서는 최저임금 상승률 적용여부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어 감시·감독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서울 소재 모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청소노동자 B(66)씨는 “보통 새벽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10시간 이상 일하는데 한 달 일해서 받는 돈은 122만 원이다. 일하는 시간을 따져보면 최저임금에 못 미칠 것”이라며 “올해는 내심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이야기는 없다. (회사에서)근로 시간을 묻는 것을 보니 근로시간을 줄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의료기관의 고충도 만만치는 않다. 특히 병원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원가(1차 의료기관-동네의원)나 중소병원들의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노만희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기관마다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환자가 적은 개인의원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스러운 편이다. 최저임금에 맞게 인상하더라도 1년차 직원과 경력직원의 임금 차이도 고려해야 하니 결국 전 직원의 임금 인상 요인이 된다”며 “다행히 국가의 지원이 있지만 완전히 커버해주는 것은 아니다. 전 국민이 적용되는 사안이니 부담은 있지만 달리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정부는 30인 미만 고용 사업장에 한해 노동자 한 명당 월 13만원의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우봉식 대한재활병원협회장은 “재활병원은 일반병원에 비해서도 여유가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특히 간호간병통합병동을 운영할 경우 재활치료를 위해 요양보호사 등 기준보다 많은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데 낮은 수가로 인해 최저 임금 인상분이 부담스럽게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우회장은 “실질적으로 재활병동의 간호간병 기준 수가의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