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신생아가 잇따라 사망한 이대목동병원과 관련한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현직 대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담당 교수가 입을 열었다. 이대목동병원 사태의 본질은 '시스템'이라는 지적이다
9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정부의 ‘국민건강을 인질로 두고 벌이는 위험천만한 보건의료 예산 깎기와 의사 도둑놈 만들기’가 이대목동병원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며 “이대목동병원과 신생아중환자실 담당 전공의, 전문의, 간호사에게만 무거운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현직 대학병원에서 신생아중환자실 담당 교수의 글을 소개했다.
의사회는 해당 교수는 의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수도권 대학병원의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글 전문은 아래와 같다.
◎대한민국 신생아중환자실의 실상①
1. 힘듭니다. 체력적으로 힘듭니다. 저와 같은 1인 NICU(신생아중환자실·스텝이 1명으로 365일 24시간 대기조)은 밥 먹을 때도 잘 때도 화장실 갈 때도 항상 전화기를 붙들고 있어야 합니다. 언제 콜이 올지 모르니까요.
한밤중에 울리는 전화 소리에 다른 가족이 깰까 봐서도 그렇고 전화로 끝나면 모를까 출동해야 하면 다음 날 체력적으로도 힘듭니다. 스텝 한 명이 더 있으면 당직을 나누어 할 텐데 초저임금으로 펠로우를 쓰는 것이 아닌 이상 스텝 한 명을 더 뽑기에는 수지타산이 안 맞습니다. NICU가 돈을 많이 벌어 오는 분야는 아니니까요. 그래서 어느 정도 확장이 될 때까지는 1인 NICU로 돌리는 병원들이 많습니다. 대체로 그 경계가 15병상 정도가 되는 것 같은데, 아시다시피 중환자실은 한 명의 중환자만 있어도 일당백이라 중증도가 높아지면 노동 강도가 순식간에 높아집니다.
토요일은 당연하고 안 좋은 아기 있으면 일요일에도 회진 나가야 하고 집에 있어도 정신은 온통 NICU에 가 있습니다. 주말에 조금 먼 곳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병원과의 거리를 계산하고 병원까지의 시간을 계산하고 그렇습니다. 혹시나 콜이 올까 봐서요. 1년에 공식 휴가 빼고는 계속 그렇게 삽니다. 1인 NICU가 아니어도, 대부분의 주니어 스텝들이 당직 등의 로딩이 더 많은 것이 일반적입니다.
2. 그나마 신생아중환자실 전담의 제도가 생긴 덕에 NICU 전담의는 일주일에 2회까지만, 한 번에 4시간 까지만 외래 진료를 볼 수 있고, NICU 환자만 볼 수 있습니다만, 전담의로 지정되지 않은 경우 일주일에 4-5세션 까지도 외래 보는 분들도 있습니다. 대부분 주니어 스텝이기 때문에 NICU는 NICU 대로 같이 보면서요. 많이 힘들어합니다. 저의 전임자였던 친구는 당시에 주말 일반 병동 회진까지 다 하고 외래도 5회 들어갔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NICU는 다른 사람이 백업을 해 줄 수가 없지요. 잘 모르니까요. 저의 전임자는 그래서 그만뒀습니다
3. 저희 센터에는 주치의 전공의가 두 명 있습니다. 하지만 주위 펠로우 동기들 보면 전공의가 1명 또는 0.5명 간혹 0명인 병원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스텝이 병원 안에서 자는 당직을 해야 합니다. 사실 전공의 확보가 안 되면 NICU는 돌릴 수가 없습니다. 촉탁의라도 뽑아서 인력 보강을 해 주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렇게까지 투자하기는 쉽지 않은 분야이지요. 최근 전공의 특별법 시행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지만 어떻게 보강하겠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고, 나온다고 해도 NICU를 특별히 지원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4. 마찬가지로 간호 인력도 늘 부족합니다. 중환자실은 노동 강도가 높아 사직률이 높습니다. 특히 3년 차 이상을 끌고 가기가 어렵습니다. NICU는 타 분야와는 다른 신생아만의 프로토콜들이 많고 케어에 있어 성인보다도 훨씬 세심하게 챙겨 줘야 하는 것들이 많은데 중증도가 높아지면 당연히 힘들어지다 보니 사직률이 높고, 그래서 신규 간호사가 들어오면 트레이닝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고, 좀 키워 놓으면 힘들어서 사직하고의 악순환 개선이 쉽지가 않습니다.
저희 센터의 경우 간호 등급 1등급이었고, 병상을 확장하면서도 1등급을 유지하고자 하는데 신규 채용 공고를 하여도 모집이 원활하지가 않은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에서 병상 가동률을 높이라고 압박을 하면 1등급이 아니라 2~3등급 상태로 NICU를 운영하게 되는 것이지요. 당연히 케어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5. 저의 경우는 운이 좋아 병원에서 NICU 지원을 많이 해주고 계시고, 다행히 작년에 보건복지부 지정 신생아 중환자 집중치료 지역센터로 지정이 되어 병상 확장을 하면서 병상당 1억 5천만 원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곳은 약 20년 전에 개소하여 개편이 거의 없이 낙후된 상태였는데 다행히 최근 NICU 지원의 필요성을 이해하셔서 저에게 NICU 리모델링을 전적으로 맡기셨습니다.
당장 급한 patient monitor, infusion pump, syringe pump 들은 바로 사 주셨구요. 나머지 LED 광선치료기, 최신형 벤틸레이터 등은 제가 업체들에 직접 먼저 컨택해서 데모를 빌렸습니다. 그리고 마침 오늘이 새 장비들 들어오는 날입니다. 정말 신납니다! 하드웨어는 거의 완벽하게 갖추었지요. 이런 저는 운이 좋은 편입니다. 아주 드문 사례이기도 합니다.
일전에 기사화된 바대로, 서울의 BIG 5를 제외한 다른 병원들의 NICU가 오히려 국가에서의 지원 대상도 아니고 병원에서의 투자 우선순위에서도 밀려 저희보다도 낙후되어 있습니다. NICU라고 하면, 잘 모르는 분들은 아기들이 요람에 누워 있고 다 젖병 물고 조용히 있는 그런 모습을 상상하십니다. 하지만 NICU는 최첨단 의공학 기술의 집약체이고, 삶과 죽음이 치열하게 오가는 투쟁의 공간입니다. 특히 호흡 보전이나 저체온요법 등의 부분에서 학문 발달의 속도도 빠른 편입니다. 그만큼 신기술을 탑재한 장비들이 많이 필요하고 트렌디하게 도입되어야 하므로, 투자가 수반되어야 수준 높은 신생아 중환자 치료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6.아시다시피 중환자실은 성인/소아/신생아를 막론하고 삭감이 많이 되는 분야이고 그나마 신생아는 약용량이 작아서 손해 정도가 성인보다 덜 할 것으로 생각하시겠지만, 한 포장 안에 남는 약을 재활용할 수는 없으므로 결국 원가를 보전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감염 예방을 위해 suction tip 등 대부분이 일회용품인데 이중에도 수가가 책정되지 않은 품목들이 많습니다. 그러면 병원들이 어떻게 하기를 원할까요? 감염 예방을 위해서라면 손해 감수하고 전부 1회 사용하고 폐기하도록 독려할까요? 정답은 다들 아실 것입니다. (2편에서 계속)
*patient monitor: 중환자실 미숙아의 산소포화도, 심전도 등을 감시하여 의료진에게 알려주는 기계
*infusion pump: 주사약제나 영양수액이 들어가는 양을 정밀하게 조절하기 위해 수액줄에 설치하는 기계
*syringe pump: 약, 영양수액을 주는 것은 동일하나 infusion pump보다 소량의 수액을 투여할 때 쓰는 기계
*LED 광선치료기: 미숙아에서 잘 오는 신생아 황달을 치료하는 기계
*벤틸레이터: 폐가 미숙하여 폐가 잘 펴지지 않는 이유 등으로 미숙아들이 스스로 호흡하지 못하거나 패혈증 등의 상황에서 스스로 호흡하기 어려운 경우 미숙아의 호흡을 도와주는 기계
*suction tip; 가래를 배출할 능력이 없는 미숙아의 가래나 분비물을 진공압력을 걸어 빼줄 때 사용하는 플라스틱 꼭지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