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신질환자에 의한 방화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8일 경남 창원에서는 정신질환으로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한 50대 남성이 자택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일어났다. 앞서 7일에는 대구의료원에 게임중독으로 폐쇄병동에 입원해있던 10대 환자가 불을 지르고 달아나 경찰에 붙잡힌 바 있다. 이 외에도 ‘홧김’에 저지른 사건·사고들은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범죄를 저질러 기소된 국내 정신질환자의 수는 2006년 2869명에서 2015년 3244명으로 13.0%로 증가했다. 살인·강도·방화·성폭력 등 강력 범죄로 재판에 넘겨진 정신질환자도 160명에서 358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이 일반인보다 월등하게 높은 것은 아니다. 대검찰청의 범죄분석보고서(2011)는 일반인의 범죄율(1.2%)이 정신질환자의 범죄율(0.08%)보다 약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노대영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자의 경우 충동적인 경우는 있지만 의도를 가진 범죄는 적은 편”이라며 “대다수의 정신질환자들은 문제가 생기면 오히려 도망가거나 회피하는 성향을 보인다. 누군가를 과감하게 공격하는 사례는 정신질환이 아닌 사람에게서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서 소개된 두 차례의 방화사건에 대해서는 “병원에서 퇴원하고 불을 지른 50대의 경우 현실 검증력 부족으로 환청이나 망상이 동반됐을 수 있다. 그러나 게임중독 10대는 온전히 게임중독의 증상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신질환이 있더라도 각각 사안에 따라 다르게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지난해 개정·시행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의 부작용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해당 법안에서는 정신질환자들의 인권과 사회적응을 위해 정신병동 입원요건을 까다롭게 규정했다. 이 같은 조치가 정신질환자들의 ‘탈원화’를 높였지만, 사회는 여전히 이들을 수용할 준비가 부족해 각종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 교수는 해당법안에 대해 “정신질환자들이 병원에만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나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은 근본적으로 옳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자들을 수용할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환자들을 병원 밖으로 내보내는 데 급급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치료환경에 있어야할 분들 중 일부가 사회에 나왔지만, 재활시스템이나 사회복지시스템은 부족하다. 또 정신질환은 부끄러운 것, 숨겨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가족 내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결국 잠재적인 우려가 가중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국민의 정신건강 점수는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의 2016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4명 중 1명꼴로 정신질환을 경험하지만, 정신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15%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미국(39.2%), 뉴질랜드(38.9%) 등 선진국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그 동안 정신건강을 경시한 결과라는 진단이다. 노 교수는 “우리나라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강하다. 정신질환자를 열등한 사람이라고 치부하고 자신과 무관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세계에서 항우울제 처방은 가장 적고, 자살률은 높다”며 “평소 정신건강이 관리되지 않다보니 아주 심각해진 뒤에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무척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정적으로 힘들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병원을 찾아 정신적 위생을 살피는 것이 좋다”며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제 때 치료를 받아야 한다. 어려움이 있다면 두려워말고 의료기관을 방문하라”고 조언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