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8’에서 삼성전자가 하만과 협력한 자율주행 사업의 결실을 처음 공개했다.
‘원 삼성(One Samsung)’을 슬로건으로 걸고 출격한 삼성전자는 전시장 내 가장 큰 규모의 부스를 차리고 글로벌 IT 기업의 위력을 뽐냈다.
오전 10시. 전시회 공식 개막 후 10여분 만에 삼성전자 부스는 관람객들로 가득 찼다. 전시 시작 약 30분 만에 절반이 넘는 부스에서 참가자들이 줄을 서고 있는 진풍경을 보였다.
관람객들은 바삐 움직였다. 주어진 시간 안에 평소 관심 있었던 부스를 모두 돌기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시회 시작 직후 타 부스 대비 관람객이 많이 몰린 부스가 있다. 바로 ‘전장’ 부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하만을 인수한 후 자율주행 사업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디지털 콕핏’이 탄생했다. 진행자는 관람객을 대상으로 디지털 콕핏 시연을 진행했다.
디지털 콕핏은 삼성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폰 UX(사용자 경험)를 사용해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운전석에는 12.3형 QLED가 탑재됐으며,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터치스크린으로는 자동차 내 조명 및 온도 등 기능 제어가 가능하다.
백미러와 사이드미러는 거울 대신 삼성 카메라로 구성됐다. 나라마다 규제가 상이해 카메라와 거울을 같이 달아야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카메라만 달아도 되는 나라가 있다.
운전자가 주행 중 깜빡이를 켜면 디스플레이에는 가려고 하는 쪽 방향의 화면이 더 크게 나타난다.
운전 중 화면을 보는 걱정은 줄여도 된다. 삼성전자가 최대한 글씨 크기를 키웠기 때문이다. 애플리케이션 역시 자동차 전용으로 만들어져 크기가 크다.
디지털 콕핏을 접한 사용자들은 바로 옆에서 VR(가상현실)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의자에 앉으면 노트 8이 장착된 VR 기기를 쓰고 가상의 공간에서 운전할 수 있다. 손으로는 리모컨을 쥐게 되는데, 화면에 빛이 나타날 때마다 그쪽을 향해 리모컨 버튼을 누르면 된다. 또 다른 버튼을 누르면 좌석 쪽에서 찬 바람이 나와 시원함을 선사한다. 줄이 길어 안타깝게도 체험해보진 못했다.
그다음으로 만난 제품은 삼성전자의 혁신 제품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삼성 플립’이다.
삼성 플립은 디지털 플립차트로 노트북·스마트폰 등 다양한 모바일 기기와 연동해 구성원들이 회의 자료와 결과물을 쉽게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제품이다. 전용펜 뿐 아니라 일반 펜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접촉한 물체의 면적에 따라 펜, 하이라이터, 지우개 등 기능을 달리한다. 얇은 펜은 일반 펜, 두꺼운 펜은 형광펜, 손바닥은 지우개로 사용할 수 있다. 좁은 부분의 내용을 수정할 때는 손가락으로 콕콕 점을 찍듯 누르면 된다.
바퀴가 달려서 사무실을 옮겨가며 미팅할 때도 용이해 보였다. 문턱이 있어 부득이하게 제품을 들어야 할 경우 성인 2명이 충분히 들 수 있는 정도의 무게다.
삼성 플립은 다양한 각도에서 동시에 4명까지 필기하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5명은 사용할 수 없느냐”고 물었더니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능은 하지만, 실험 결과 삼성 플립 사용 최적 인원이 4명으로 나왔다. 4명이 사용하길 추천한다”고 답했다.
진행자는 즉석에서 관람객의 캐리커처를 그려주기도 했다. 관람객은 당황한 얼굴로 “이게 정말 나라고?”를 연발했다.
미래 IT 플랫폼을 제시한 부스에서는 다양한 IoT(사물인터넷) 사물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부스 안에 마련된 대부분의 가전에 와이파이 모듈이 탑재돼 시연자는 책상에 날씨를 묻고 의자에 TV를 켜달라고 말할 수 있다.
화분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IoT가 접목된 사물이었다. “불을 켜줘”라는 말에 2초 정도 후 센서에 빛이 들어왔다.
냉장고 안의 재료들을 이용한 레시피 추천, 냉장고에 남은 재료 종류 등을 물어보면 냉장고 디스플레이에 대답이 뜬다. 필요한 재료 구매까지 한 번에 가능한 세상의 도래가 머지않아 보였다.
그러나 모든 가전이 사용자의 말에 ‘대답’하는 것은 아니다. 마이크가 내장된 제품은 직접 대답하지만, 그렇지 않은 제품의 경우 가까이에 있는 물체가 대신 대답하기도 한다.
경쟁사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와 라이벌로 꼽히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QLED TV. 큰 화면에 꽉 찰 정도로 많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자발광이 아닌 LCD(대형액정표시장치)의 특성상 제품 뒷면이 얇아지는 데 한계가 있을 터였다. 뒷쪽으로 가 고개를 숙이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TV 뒷면이 약간이지만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자발광 LCD 개발’이라는 난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풀리지 않을 숙제로 남을 것 같다.
문제의 ‘빅스비’가 탑재된 세탁기. 빅스비는 삼성전자 인공지능 플랫폼이다.
삼성전자는 전시장 내 사람이 몰려 빅스비가 사용자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것을 우려해 유리 부스를 따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스비는 진행자의 부름에 3번 연속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 당황한 진행자가 4번째로 “하이 빅스비”라고 부르자 기자의 휴대폰 ‘갤럭시노트8’ 화면이 켜졌다. 대답해야 할 세탁기 대신 휴대폰이 응답한 것이다. 진행자와의 거리는 휴대폰보다 세탁기가 더 가까웠음은 두말할 것 없는 사실이다.
빅스비 2세대에서는 이러한 부분들이 조금이나마 더 보완되길 바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