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분야에도 블록체인 바람이 불고 있다. 이에 의료계 등에서는 소비자 중심 의료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는 이에 발맞춰 블록체인 기반 R&D를 구상 중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암호화폐의 거래내역이 공개 기록되는 온라인 장부를 말한다. 각각의 블록이 사슬로 묶여있다는 뜻으로 전체 거래 내역이 한 곳에서 관리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참여자가 거래내역을 공유, 저장하므로 개인 간 거래가 쉽고, 위·변조는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의료와 블록체인의 결합으로 어떤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의료분야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방안'을 주제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김주한 서울의대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은 원본성의 보장이 확실하므로 임상시험과 연구정보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 보험제도의 부당청구를 방지하거나, 의료·의약 물류 관리에도 강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블록체인을 통해 소비자 주도형 정보의료 혁신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는 환자의 진료기록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는 ‘블루버튼 이니셔티브‘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의료정보가 의료공급자 중심이라면 앞으로는 환자중심의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의료기관이 개별 환자들에게 진료기록에 해당하는 블록을 보다 쉽게 제공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환자는 서로 다른 의료기관을 방문하더라도 자신의 과거 진료기록을 제공해 이전 진료와 연계할 수 있고, 라이프로그 정보와 결합해 개인의 건강과 관련한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즉, 의료정보를 관리하는 주체가 의료기관에서 의료 소비자로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실제 활용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의료정보 표준화, 지불제도, 법·제도의 문제 등이 맞물려있고, 사회적 합의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에 한 번 올라간 정보는 폐기가 어렵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오상윤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장은 “블록체인 기술은 혁신적인 기술로 정보보안, 탈중앙화, 개인정보 주권의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이와 관련 복지부도 R&D사업 추진을 예정하고 있다”며 “다만, 새로운 기술에는 양면성이 뒤따른다. 제도적, 윤리적으로 우리 사회가 수용이 가능할지 활발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블록체인 도입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응급상황 등의 일부 의료정보 관리 ▲마약류 의약품 관리체계 등이 제시됐다. 특히 위급상황에서 빠른 응급처치 또는 연명치료여부 결정을 위한 사전 동의를 블록체인에 구현한다면 공공성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모았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현실적으로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선행조건이 많은 것이 있다. 응급상황에서 필요한 의료정보나 임종기에 연명의료 여부를 결정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블록체인기술로 공증하고 적어도 의사가 열람할 수 있는 방향이라면 사회적 갈등이 적으면서 비교적 빠른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