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가수가 신곡을 내고 무대를 펼치지만, 완성도와 화제성을 동시에 유지하기란 어렵다. 앨범의 완성도가 화제성을 담보하지 않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앞선 솔로곡을 비롯해 지난해 ‘가시나’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던 선미는 이번에도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선미는 서울 봉은사로 서울라마다호텔에서 싱글 ‘주인공’(HEROINE) 발매 기념 공연을 열고 취재진과 만나 5개월 만에 발표하는 신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선미는 이 자리에서 ‘주인공’의 무대와 뮤직비디오를 최초로 공개했다.
선미는 지난해 자신에게 쏟아졌던 호기심과 기대를 보기 좋게 충족했다. 오랜 시간 몸담았던 JYP엔터테인먼트와 결별한 선미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제작진과 작업한 ‘가시나’를 세상에 내놨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4시간이 모자라’ ‘보름달’ 등으로 솔로의 입지를 다진 선미는 독특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콘셉트의 ‘가시나’를 통해 완연한 솔로 가수이자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다.
화제성도 대단했다. 여러 연예인이 ‘가시나’ 무대를 커버하거나 패러디한 영상이 인기를 끌었고, 연말 가요시상식에서 태민, 엄정화 등과 무대를 꾸미며 주목받았다. 선미는 “‘가시나’를 워낙 많이 사랑해주셔서 활동이 끝나고 더 바빴다. 5개월쯤 지나면 잠잠할 줄 알았는데, 연말까지 계속됐다”며 “지금까지도 ‘가시나’를 계속 사랑해주셔서 뿌듯하면서도 (신곡에 대한) 부담이 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선미가 이번에 준비한 ‘주인공’은 ‘가시나’ 이전의 이야기다. 프리퀄인 셈이다. ‘가시나’를 함께한 더블랙레이블의 프로듀서 테디와 이번에도 함께했다. 작업진은 같지만, 색채는 확연히 다르다. ‘가시나’가 이별 후 불붙은 심경을 표현했다면, ‘주인공’은 사랑하고 있지만 얼어 있는 상태를 그려냈다. 가사와 뮤직비디오에는 이러한 서사가 감각적으로 담겼다.
‘주인공’에 ‘가시나’의 프리퀄 성격을 부여한 것은 선미의 아이디어였다. 선미는 “‘주인공’을 작업하다 보니 ‘가시나’ 이전의 내용이면 스토리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제안했다”며 “뮤직비디오도 그런 식으로 촬영해 의미를 부여했다”라고 설명했다.
서사는 자연스럽게 연결되지만, 가시적인 콘셉트는 정반대에 가깝다. 선미는 “‘가시나’가 빨간색이라면 ‘주인공’은 파란색”이라며 “‘가시나’가 처음부터 신나는 비트였다면 ‘주인공’은 차분한 비트로 시작된다. 사랑하는 상대에게 ‘우리 사랑의 진짜 주인공은 너였다’라는 메시지 외치는 노래”라고 밝혔다.
‘쇼는 계속돼야 한다’라는 의미의 가사는 성장을 거듭한 선미의 현재를 가장 잘 나타낸다. 선미는 “이 노래에서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쇼 머스트 고 온’이다. 사랑을 쇼에 비유해, 상대에게 ‘너의 쇼는 너의 쇼대로, 나의 쇼는 나의 쇼대로 계속돼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가 떠나가서 슬프지만, 비참하지는 않은 여자를 그리고 싶었다. 뮤직비디오에서 전광판의 얼굴을 쏴버리고 가는 모습이 이를 잘 표현한다”라고 덧붙였다.
‘24시간이 모자라’ ‘보름달’ 등에서 타인을 유혹하는 것에 중점을 뒀던 선미는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풀어낸다. ‘가시나’ ‘주인공’ 이후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선미는 “감사하게도 김완선, 엄정화, 이효리 다음 자리의 위치를 이야기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 자리도 물론 영광스럽겠지만 선미라는 이름이 상징이 됐으면 한다. ‘선미’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는 것이 가장 궁극적인 목표다”라며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저 또한 저만의 무엇인가를 남길 것”이라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선미는 19일 오후 6시 음원 사이트를 통해 싱글 ‘주인공’을 발표하고 같은 날 Mnet ‘엠카운트다운’을 통해 컴백 무대를 선보인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