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수입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16년 만에 발동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3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세이프가드 발동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미국은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는 대로 수입산 세탁기 120만대를 기준으로, 첫해에는 120만대 이하 물량에 20%의 관세를 부과한다. 120만대 초과 물량은 50%의 관세가 매겨진다.
그다음 해에는 120만대 미만 물량에 17%, 120만대 초과 물량에 45%가 각각 붙는다. 3년 차에는 120만대 미만에 16%, 120만대 초과에 40%로 오르게 된다.
수입산 태양광 제품은 관세 기준이 2.5기가와트로 설정됐다. 1년 차에는 30%, 2년 차 25%, 4년 차 15%씩 각각 관세가 부과된다.
다만 국내 기업들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세탁기 중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 국제무역위원회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된 세탁기는 세이프가드 대상에서 배제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같은 날 자체 뉴스룸 게시판에 “이번 결정은 세탁기 구입을 원하는 소비자들에 대한 관세 부과”라며 “모든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는 동시에 선택은 좁아질 것”이라고 게재했다.
LG전자도 “미국 정부의 결정에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최종적인 피해는 결국 미국의 유통가 소비자가 입게 되며 이는 가전산업 관점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 대수를 연간 약 300만대로 보고 있다.
앞서 양사는 세이프가드 발동에 대처하고자 현지 가전 공장 설립을 서둘렀다. 그러나 공장 ‘풀가동’까지 시일이 걸리는 것을 감안한다면 상당한 피해를 볼 것으로 추정된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