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산 세탁기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기로 한 가운데, 정부는 같은 날 미국을 상대로 보복관세,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등의 절차를 밟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부가 22일(현지시간) 제네바 WTO 분쟁해결기구(DSB) 정례 회의에서 미국에 대한 양허 정지 승인을 요청했다고 23일 밝혔다.
양허 정지는 상품 등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거나 철폐한 양허를 중단하는 것을 뜻한다. 양허 정지가 되면 미국에서 수입하는 상품들에 양허 이전 수준의 보복관세를 물리는 것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미국의 반덤핑 관세로 한국이 입은 피해금을 약 7억1100만달러(7600억원)로 산정했다. 미국은 지난 2013년 2월 국내 기업이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한 세탁기에 각각 9.29%와 13.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 정부는 같은 해 8월 WTO에 제소했으며 지난 2016년 9월 최종 승소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지난해 12월26일까지 WTO 판정을 이행해야 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황이다.
산업부는 “이번 양허 정지 신청은 미국 측이 조속히 WTO의 판정을 이행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의 조치가 미국의 세이프가드 발동과 맞물리면서 ‘맞불 대응’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앞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3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같은 날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민관대책회의에서 “정부는 국익 수호를 위해 세이프가드 발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며, 이런 취지에서 WTO에 보장된 권리를 적극 행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WTO 회원국 간 분쟁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는 상소 기구 재판관을 지낸 인사다. 그는 “과거 WTO 상소 기구 위원이었을 때의 경험에 비췄을 때 한국이 제소하면 승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보상을 논의하고자 미국에 양자 협의를 즉시 요청할 예정이며, 적절한 보상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국 제품에 대한) 양허 정지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