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시장을 향해 연일 엄포를 놓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집값 상승의 발원지인 강남을 잡기 위해 한달에 한번 꼴로 규제를 쏟아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자 최근들어 더욱 강도 높은 규제책으로 좌충수를 두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무리한 정부의 압력에 소송으로 맞대응 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역효과'가 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방향을 보면 가장 중요한 타깃은 '강남 재건축'이다. 정부는 강남 4구 재건축 시장을 투기수요로 규정하고 온갖 규제를 총 동원하고 있다. 현재 강남재건축 시장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에 이어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 연한 연장 가능성에 이어 초과이익환수까지 상상 가능한 모든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시장은 정부의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부의 무리한 규제에 신뢰도가 떨어지고, 이제는 소송으로 맞대응 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또 강남 4구 재건축 아파트값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초 사상 최대의 상승폭을 보이며 고공 행진 중이다. 문제는 과연 규제만으로 달궈진 재건축 시장을 잡을 수 있느냐인데, 규제가 시행되기 전부터 이미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재건축 부담금 시뮬레이션 결과를 통해 강남4구 한 재건축 단지에서 최고 8억1000만원의 부담금이 예상된다고 공개했다. 서울 강남4구 재건축 아파트 단지 15개의 재건축부담금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평균 4억3900만원을 내야 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적게는 1억6000만원에서 많게는 8억4000만원까지 재건축부담금이 산출됐다.
하지만 국토부는 금액만 발표하고 해당 단지들이 어디인지 밝히지 않았고 세부적인 측정 기준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국토부가 재건축부담금 예상액을 산출한 강남4구 15개 단지들이 어디인지 밝히지 않은 점은 상당히 석연치 않다. 국토부는 개별 단지의 내용은 민감한 사안이어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애초에 그런 부분을 신경 쓰면서 재건축부담금 예상액을 공개한 자체가 모순이다.
재건축 부담금은 재건축 사업을 통해 조합원이 얻게 되는 초과이익의 최고 50%까지 부과된다. 조합원 1인당 평균 재건축 이익이 1억1000만원을 넘을 경우 1억1000만원 초과금액의 50%에 2000만원을 더한 금액이 부과된다. 단순 계산으로 공시가격이 재건축 추진위 설립시점 보다 17억5000만원 올라야 재건축 부담금 8억1000만원이 된다. 공시가격이 실제 가격대비 7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가격 상승분은 25억원이라는 얘기다.
정부가 만약 시장에 겁을 주기 위해 어떤 식으로 계산을 했는지 해명하지 못한다면 논란만 키우고 신뢰도만 하락하는 꼴이 될 확률이 높다. 재건축부담금 예상액은 오는 5월부터 각 시·군·구에서 각 재건축 단지들에 통지할 예정인데, 예상액이 국토부 시뮬레이션 결과와 다를 경우 신뢰도 하락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최근 재건축연한 연장 카드를 들고 나왔다. 재건축허용연한은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요건으로 준공 후 30년 전후가 된 아파트들이 재건축 기대감으로 가격이 폭등하면서 강남권 집값 상승을 주도하자 재건축연한을 40년으로 강화해서 재건축 기대감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아직 확정이 된 것 아니지만 규제카드가 마땅하지 않은 정부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2014년 9.1대책에서 30년으로 완화된 지 3년여 만에 다시 40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이 정책의 실행 가능성을 내놓자 마자 압구정과 은마, 여의도 등 40년이 되거나 이미 재건축사업을 진행하는 신규 강남 아파트들은 희소성이 높아지면 가격이 오르는 역효과가 바로 나타났다.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갖가지 수단들을 동원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무리수는 상당히 불안하고 초조해 불안해 보인다. 집값은 하루이틀에 잡힐 문제가 아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시장에 미칠 여파를 생각해 신중하게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조급증으로 인해 당장 눈앞에 보이는 단기 정책 보다는 수요와 공급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현실성 있는 안목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연진 기자 ly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