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총수 부재’란 핸디캡 해소가 더욱 절실해졌다.
29일 홍콩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중국 제조업체 샤오미에 인도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뺏겼다. 삼성전자가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인도는 연간 1억대 이상의 스마트폰이 팔리는 곳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시장이다. 그동안 인도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의 절반을 인도 군소업체들이, 4분의 1을 삼성이 차지해왔다. 삼성의 모바일 부문 매출 중 상당한 부분을 차지했으나 ‘가성비’를 앞세워 뒤쫓아온 샤오미에 추월당하면서 매출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그동안 성장 발판으로 삼았던 거대한 중국시장에서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발표한 ‘2017 스마트폰 모델별 중국 시장 점유율’ 조사 결과 중국산 8개, 애플 2개 모델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14년 1분기 19%였던 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2%까지 하락했다.
북미권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분기 북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는 애플이 차지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 규모 1‧2·3위인 중국과 인도, 북미 시장 등에서 고전 중이다. 자연스레 글로벌 점유율도 하락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삼성전자의 2018년 스마트폰 판매량을 2017년보다 1.4% 줄어든 3억1500만대로 예상했다. 예상 점유율은 19.2%로 2위인 애플과 차이는 불과 4.2%다.
업계는 모바일 부문에서 강세를 보였던 삼성전자의 연이은 실적 부진 이유로 ‘총수 부재’를 꼽았다. 발 빠르게 미래 먹거리를 찾아 헤메는 경쟁 기업들과 총수가 부재한 상태로 맞붙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총수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현재 와병으로 병상에 누워있으며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정농단’ 주범 최순실 일가 지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특혜 의혹 등을 이유로 구속돼 재판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구속 후 M&A(인수합병) 등 굵직한 크기의 사업 진행에서 차질을 빚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16년 국내외 업체 7개를 인수한 데 반해 지난해에는 미국의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이후 대형 M&A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부재하지 않았다면 잡았을 황금같은 기회들이 더욱 뼈 아픈 이유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해 8월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베스틴 그랜드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진행하고 있던 M&A가 마지막 단계에서 무산됐다”며 “제때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릴 사람이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부문에서 강자였던 만큼 바짝 추격해오는 애플과 중국업체에 삼성전자가 느끼고 있는 공포도 상당할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돌아와 사업을 재정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