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L7 홍대 호텔을 둘러보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기댈 수 있는 난간이 파이프 콘셉트로 되어 있었다. 마치 건물 외벽에 노출돼 있는 파이프 배관, 그것이 엘리베이터 난간 자리에 있다고 보면 된다. 홍대 출신 작가의 작품이다. L7의 정체성을 알기 위해서는 이런 예술적 감성이 필요하다. 이 같은 예술적 아이디어가 L7 홍대에 녹아 들어 있다.
L7 호텔 홍대는 명동이나 강남보다는 조금 더 자유분방한 홍대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체크인 공간에는 영어로 'UTOPIA(유토피아)', '모어 호프(MORE HOPE)'라고 쓰인 유명 홍대 그래피티 아티스트 범민(BFMIN)의 작품이 걸렸고, 방향을 알려주는 화살표는 네온사인을 이용해 마치 호텔이라기보다 힙한 클럽이나 바 같은 느낌을 풍겼다.
체크인 공간도 깔끔하고 모던한 강남보다 마치 보물 박스가 쌓여 있는 듯한 디자인으로 흥미로움을 유발했다. 예약 후 문자로 발급된 큐알코드를 키오스크에서 읽으면 자체적으로 체크인이 되는 시스템은 강남과 같았다. 그러나 보물 박스 형태이기 때문에 마치 보물 상자를 찾기 위한 여행 패스를 발급하는 느낌이었다.
5층이라는 다소 낮은 위치에 자리잡은 로하시스 스위트는 로컬과 오아시스를 합친 말로, 도심 속의 스위트를 표방하고 있었다. 침대가 놓여 있는 공간과 일자로 놓여 있는 공간이 병렬로 연결돼 있어 방을 보다 넓게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었다. 테라스를 갖고 있는 것도 장점이며 전체에서 1개밖에 없는 공간으로 가격은 130만원이다.
다음으로 들른 수페리어 트리플객실은 여행자나 한 아이를 둔 가족, 친구들이 와서 사용할 수 있는 객실이었다. 3개의 싱글 침대가 나란히 누워 있어 짐 둘 공간은 좁다. 파이프 컨셉은 이곳에서도 적용돼 있었다. 짐을 걸어두고 구획을 나누는 봉이 모두 파이프 컨셉으로 돼 있었다. 이 같은 객실은 12개가 마련됐다. 3명이 묵는데 2명이 묵는 정도인 35만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었다.
아웃싱크가 적용된 슈페리얼 더블은 세면대가 공간 구분 없이 밖으로 나와 있어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가 돋보였다. 아웃싱크는 슈페리어 더블이나 트윈 72개 룸에 적용돼 있다. 초록색으로 마감된 벽면이 단정한 블랙컬러의 강남이나 노란색이 시그니처인 명동과는 달랐다.
창측이 트인 객실을 보아서 그런지 침대 쪽이 평소보다 더 넓어보이고, 싱크와 씻는 공간이 나와 있어서 편리해 보였다. 다만 씻는 곳과 자는 곳의 구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반기지 않는 인테리어일 수도 있겠다.
안내를 해준 롯데호텔 관계자는 "아웃싱크가 적용된 이 객실은 처음에는 괜찮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아하시는 고객들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튜디오 스위트에서도 디테일이 살아 있었다. 세면대 거울을 마치 벨트로 묶어 놓은 디자인으로 처리했다. 이 역시 홍대 출신의 작가의 아이디어다. 배관 파이프 모양의 봉도 유지됐다. 홍대 작가의 그림 작품도 걸려 있어 한층 방 분위기를 재미있게 만들었다. 크게 트인 창이 넓게 보이게 했다. 이 스튜디오 스위트는 4개밖에 없으며 하루 숙박에 100만원이다.
마지막으로 L7 홍대의 야심작이었던 루프탑 수영장과 바를 들렀다. 루프탑이라 홍대가 한눈에 바라다보이며 시야를 탁 틔웠다. 겨울이라 수영장에는 아직 물이 채워져 있지 않았지만 여름철에는 사람이 바글바글 거릴 것이 분명해 보였다. 풀 앞에 바로 마련된 바는 온갖 술이 가득차 기대감을 줬다. 바는 새벽 2시까지 영업할 예정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루프탑 수영장은 투숙객은 당연히 이용할 수 있고, 이용객도 2만원에서 2만5000원 정도로 입장료를 받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바 옆쪽으로 세미나실과 회의실도 마련해 단체 손님들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호텔은 명동과 강남 L7에는 마련되지 않았던 루프탑 수영장을 홍대에 과감하게 도입했다. 사실 루프탑 수영장은 롯데호텔 전체 중에서도 처음 시도하는 것이기도 하다. 루프탑 수영장은 국내에서도 해밀턴 호텔 등 몇 개 호텔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런 파격 시도는 L7에 거는 기대감의 표현일 수도 있겠다. 앞으로 이곳에서 디제잉과 유명 뮤지션의 공연, 풀 파티가 실시될 예정이다.
또 21층의 블루 루프(Blue Loof) 라운지는 청기와주유소 자리였던 L7 부지에서 이름을 본따 지었다. 배현미 총지배인은 이 라운지에 대해 "청기와를 실제로 건물 외벽에 올릴지 고민했을 정도로 지역성을 살리려고 했다"며 "나중에는 모던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청기와는 아쉽게도 채택되지 않았지만 이름에 살렸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홍대의 뮤지션들의 도움을 받아 선정한 LP판을 비치해 놓고 들을 수 있도록 하고, 홍대 인근 독립출판사가 큐레이팅한 책을 볼 수 있다. 책은 분기마다 한 번씩 바뀌어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라운지 천정에 걸쳐진 로프 소재의 작품은 홍대 출신 아티스트의 작품으로, 눈을 사로잡는다. 이곳을 거쳐 레스토랑 플로팅(floating)으로 연결되어 식당으로 올 때마다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배현미 총지배인은 "L7홍대는 다양한 분야의 젊은 아티스트와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교류하는 홍대의 지역성을 살렸다"며 "L7강남이 고급스러움을 살렸다면 L7홍대는 내츄럴한 소재와 블랙 컬러 및 그래픽워크 위주의 디자인으로 자유분방함을 강조했다'고 강조했다.
롯데호텔 L7 홍대는 오는 31일 그랜드 오픈한다. 지하 1~3층의 식당가는 오는 3월 입주할 예정이다. L7 홍대는 오픈을 기념해 할인이 들어간 오픈 패키지를 판매한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