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신체보호대 사용 인권 규정 만들라"

환자단체 "신체보호대 사용 인권 규정 만들라"

기사승인 2018-01-31 14:38:12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사태와 관련 환자단체가 화재로부터 안전한 병원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정부에 요구했다.

31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지난 26일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사망자 39명 포함 190명의 사상자를 낸 초유의 화재 참사”라며 “이번 세종병원 화재참사는 화재안전 관련 우리나라 병원이 얼마나 취약한지 그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연은 특히 신체보호대와 관련한 인권규정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세종병원 화재참사에서 주목할 점은 3층 일반병실(중환자실이 아닌 일반병실인데도 세종병원에서 중환자실인 것처럼 사용한 병실)에 입원중인 환자 21명 중 3~4명을 제외한 모두가 로프나 태권도복 띠로 한쪽 손목이 침대 난간에 결박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21명이 사망한 4년 전 장성 효사랑요양병원 화재 참사 때에도 어르신 환자 2명이 신체보호대에 묶인 채로 질식사한 바 있다.

이어 환연은 “신체보호대 사용을 위해서는 의사의 처방이 필수적이고, 사전에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최소한의 시간 동안만 사용해야 하며, 응급상황에서 쉽게 풀거나 자를 수 있어야 한다”며 “문제는 요양병원과 정신의료기관 이외 일반병원 환자들의 신체를 결박하는 경우에는 신체보호대 사용 시 인권보호 차원의 준수사항 관련 규정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연은 “이번 세종병원 화재참사에서는 3층 일반병실에 연기와 유독가스가 차오르고 있는 상황에 소방구급대원들이 침대 난간에 묶인 환자 21명의 로프와 태권도복 띠를 푸는데 상당 시간을 소요했다. 환자 1명당 한쪽 손목에 결박된 로프와 태권도복 띠를 푸는데 30초에서 1분 정도가 걸렸고, 이로 인해 실제 구조가 지체돼 21명의 환자 전원을 3층 일반병실에서 대피시켰으나 그 과정에서 9명이 질식사하는 안타까운 일까지 발생했다”고 말했다.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발표한 노인요양병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요양병원에서의 가장 많은 인권침해 사례가 ‘장시간 신체보호대 사용’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작년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에게 신체보호대를 쓰는 근거를 의료법 시행규칙에 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의료법 등 법률에 규정해 무분별한 사용을 막아야 한다고 보건복지부에 권고한 바 있다.

환연은 “신체보호대는 입원 환자의 신체를 직접 결박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인권보호 차원에서도 최후의 수단으로 최소한도로 사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간호나 간병 인력이 부족한 병원에서는 자칫 신체보호대 사용을 남용할 우려가 있다”며 “이번 세종병원에서는 환자의 양쪽 손목이 아닌 한쪽 손목만 침대 난간에 결박한 이유가 환자안전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간호나 간병 인력이 부족해 관리 편의를 위해서인지 정부 당국은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회는 요양병원과 정신의료기관 이외 일반병원까지 포함해 의료법에 환자 인권보호를 고려한 신체보호대 사용 시 준수사항을 규정하는 입법조치를 신속하게 해야 한다”며 “환자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환연은 “이번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참사는 2014년 발생한 전남 장성 효사랑요양병원 화재참사의 복사판”이라고 지적하고 “정부와 국회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번 세종병원 화재사건을 철저히 끝까지 분석해 더 이상의 세종병원 화재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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