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먹는 약만 16가지, 다니는 병원은 네 곳…"일차의료만 잘 이뤄졌더라면"

매일 먹는 약만 16가지, 다니는 병원은 네 곳…"일차의료만 잘 이뤄졌더라면"

65세 이상 노인 절반이 3가지 이상 만성질환…통합적 건강관리 필요

기사승인 2018-02-03 00:03:00

“일차의료가 잘 이뤄졌더라면 김 할머니는 대학병원까지 올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노인 일차보건의료 발전 전망’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윤종률 한림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일차의료의 실패 사례”라며 자신이 담당했던 한 노인 환자를 소개했다.

윤 교수에게 찾아온 78세 여성 환자 김모씨는 고혈압, 고지혈증, 골다공증, 우울증, 불면증, 경도 인지장애, 퇴행성 관절염, 척추협착증을 진단병력이 있었다. 김씨는 이들 질환 치료를 위해 내과, 정형외과, 신경과, 한의원 등 네 곳의 의료기관을 주기적으로 다녔다. 매일 복용하는 약만 약 16가지. 김씨는 전신쇠약감, 어지럼증과 잦은 낙상, 붓는 증상 속 쓰림이 심해진 상태에서 대학병원을 찾았다.

해당 환자에 대해 윤 교수는 “이 환자는 병원을 네 곳이나 다녔지만 정작 건강관리가 되지 않았다”며 “일차의료기관에서 꾸준히 관리만 받았더라도 대학병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급속한 수명증가와 고령화 속도에 비해 우리나라 노인들의 건강점수는 매우 낮은 편으로 65세 이상 노인들의 절반 정도가 3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2015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인구 중 13%에 해당하는 노인들에게 소요되는 의료비가 전체의료비의 36%를 상회한다.

특히 김씨와 같이 보유질환에 따라 여러 병원을 다니는 노인들은 매우 흔한 사례다. 중복처방으로 복용하는 약물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전반적인 건강상태에 대한 고려가 이뤄지기도 어렵다. 자연스럽게 국가 의료비가 증가하고, 노인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부담도 는다. 

윤 교수는 “특정 질병 중심의 전문의료체계를 근간으로 하는 국내 의료체계로 인해 3개 이상 만성복합질환을 가진 대부분의 노인환자들이 질병중심의 전문과목별로 분절된 치료를 받게 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노인 의료비의 급증, 통합의료 제공의 부재, 다약제 복용과 의인성 질환의 증가 등 노인의료의 큰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교수는 “지역사회의 일차의료가 노인들의 주치의 역할을 담당해줘야 한다”며 단골의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노인의 만성질병은 어느 순간 갑자기 나빠진 것이 아니다”라며 “지속적이고 정기적으로 세심하게 관찰하고 추적하면 질병악화를 막을 수 있다.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노인환자 치료자는 일차의료 단골의사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인을 진료하는 의료진이 신경써야할 분야는 바로 ‘노쇠(허약)’ 증상이다. 노쇠는 그 자체가 질병이라기보다는 건강과 질병의 중간단계의 상태다. 일차의료 전문가들은 노인 환자의 노쇠 증상만 잘 관리해도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고, 건강노화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윤 교수는 “여러 주요 만성병을 동시에 앓고 있고, 복용약이 너무 많거나 쇠약하고, 우울해보이거나 정신상태가 자주 변하는 노인환자는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며 “이는 노인 일차의료가 담당해야할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라고 힘줘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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