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년 동안 멈춰있던 삼성전자의 ‘경영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가 5일 열린 이 부회장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함에 따라 이 부회장은 구치소 수감 353일 만에 ‘자유’를 얻었다.
이 부회장의 복귀에 삼성전자 관계자들은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부회장이 3년째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삼성의 총수 대행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지난해 구속되면서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사태에 직면했다.
이날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석방되면서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에서 드디어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경영 일선으로 복귀한 이 부회장은 당분간 숨 가쁘게 움직일 예정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둔 전자업계가 관련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활발한 M&A(인수합병)를 진행했지만 삼성전자는 제자리에 멈춰서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자동차 전자장비 업체 하만을 인수한 뒤 이렇다 할 M&A를 진행하지 못했다. 총수 부재로 M&A 성사 직전 무산된 경우도 있었다.
이 부회장이 복귀하면 M&A 및 대규모 투자 등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 한 해 1000억원 이상의 M&A 6건을 성사시킨 바 있다.
반도체로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남긴 삼성전자의 대비책 마련도 시급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239조5800억원과 영업이익 53조6500억원을 달성했다. 반도체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4조2600억원과 35조2000억원이다. 반도체 부문의 매출이 삼성전자 전체 매출에 기여하는 폭이 큰 편이다.
업계는 반도체 호황 이후의 삼성전자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일본 언론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지난 1일 “삼성전자의 최대 약점은 반도체 의존도”라며 “반도체 업황 불안을 스마트폰과 TV의 반등으로 이겨내야 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곤 하나 그 이전 해 성과가 나타난 것일 뿐”이라며 “이 부회장이 서둘러 굵직한 사업들을 진행해야 올해 매출 하락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