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3사의 지난해 실적발표가 마무리된 가운데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이 순조롭게 추진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매출 17조5200억원, 영업이익 1조5366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순이익만 2조6576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60.1% 상승했다. SK텔레콤은 3년만에 매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지난 1일 실적을 발표한 LG유플러스도 2017년 실적이 대폭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매출 12조2794억원, 영업이익 8263억원, 당기순이익 5471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각각 7.2%, 10.7%, 11% 늘어났다.
반면 KT는 경쟁사들에 비해 다소 뒤처지는 결과가 나왔다. KT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3조3873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소폭 상승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조3757억원과 562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4.5%와 29.5% 대폭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당기순손실은 1225억원으로 지난 2013년 이후 4년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던 ‘보편요금제’가 KT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 2위인 KT가 실적 부진을 이유로 보편요금제 추진 지연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편요금제는 현재 월 3만원대에 운영되고 있는 요금제를 월 2만원대로 가격을 낮추는 것이 골자다. 정부가 시장 지배적 기간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에게 월 2만원대 요금으로 음성 150~210분, 데이터 900MB~1.2GB를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출시하도록 한 것이다.
법으로 강제하는 대상은 SK텔레콤이지만 통신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자연스레 KT와 LG유플러스도 유사한 요금제를 시행해야 하므로 부담이 만만치 않다.
KT의 경우 분기 적자를 맞이한 상황에서 보편요금제까지 시행하게 되면 새로운 수익 창출 수단을 새로 찾아 나서야 할 수 있다. 보편요금제 사용자가 상위 요금제 사용자만큼 수익 창출에 기여할지도 미지수다. KT가 강하게 반발하며 SK텔레콤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앞서 SK텔레콤도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통신사 입장에서 수용하기 힘든 제도”라며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을 법률로 직접 규제하는 방식은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업계는 매출에 타격을 입은 이통사들이 마케팅, 기술 투자 등의 비용을 절감해 장기적으로는 고객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편요금제를 시행한다고 해서 통신비가 인하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며 “보편요금제 도입을 강행할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