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 오승환이 텍사스에서 코리안 메이저리거 잔혹사를 지울 수 있을까.
오승환과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의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이 임박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양 측은 세부사항에 합의한 뒤 메디컬 테스트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텍사스는 오승환에게 1+1년 최대 725만 달러, 우리 돈으로 78억원에 이르는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승환의 텍사스행은 동갑내기 친구 추신수의 역할이 컸다. 존 대니얼스 단장이 오승환에 관심을 표하며 추신수에 도움을 요청했고, 추신수가 오승환에 전화를 걸어 설득했다.
오승환이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한다면 텍사스에서 뛰는 한국인 메이저리거만 2명이 된다.
오승환과 추신수가 함께 뛰는 그림에 기대감을 표하는 팬들도 있지만 한편으론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텍사스는 LA 다저스와 더불어 국내팬들에겐 친숙한 메이저리그 팀이다. 추신수 뿐만 아니라 ‘코리안특급’ 박찬호가 과거 몸을 담았었다.
다저스에서 데뷔한 박찬호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 75승을 거두며 FA 시장에 나온 뒤 텍사스와 5년 6500만 달러에 초고액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텍사스로선 결과적으로 실패한 계약이었다. 다저스 시절부터 박찬호를 괴롭힌 부상이 하필 텍사스에서 도졌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제 기량을 보이지 못하면서 첫 시즌 9승8패 평균자책점 5.75로 부진했다. 2005년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 될 때까지 한 차례도 10승을 기록하지 못했다. 박찬호는 텍사스에서 4시즌 68경기 22승23패 평균자책점 5.79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텍사스는 박찬호의 실패에도 불구, 또 한 번의 한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2013 시즌 종료 후 추신수와 7년 1억3000만 달러, 우리 돈 1515억의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추신수는 2014시즌 123경기 타율 2할4푼2리 13홈런 40타점으로 부진했다. 2015년 22홈런 82타점을 기록하며 반등했으나 2016년엔 부상자명단(DL)에 4차례나 이름을 올리는 등 48경기 출전에 그쳐 현지 언론으로부터 ‘실패한 계약’이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지난해엔 149경기에서 2할6푼1리 22홈런 78타점을 기록하며 대체로 건강하게 시즌을 소화했지만 여전히 몸값엔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수비도 해를 거듭할수록 허술해져 우익수보단 주로 지명타자로 나서고 있다.
박찬호와 추신수 등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연이은 부진에 국내팬들은 “텍사스에 한국인 여행 금지령이 내려졌다”며 웃지 못 할 농담을 주고받곤 했다.
이런 가운데 ‘믿을맨’ 오승환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것은 당연하다. 오승환마저 부진한다면 향후 텍사스가 한국인 선수를 바라보는 시선도 부정적으로 고착화 될 가능성이 있다.
팀 사정은 오승환에 유리하다. 텍사스는 지난해 불펜 평균자책점이 4.76으로 리그 28위에 머물렀다. 블론 세이브는 모두 21차례나 기록했다. 알렉스 클라우디오와 맷 부시 정도를 제외하면 검증된 불펜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승환이 텍사스에서 성공적인 계약 사례로 평가 받을 수 있을까. 오승환의 활약과 더불어 추신수마저 반등한다면 다음 시즌 국내 팬들의 아침도 더욱 즐거워질 전망이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