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 52시간 근무제는 몇 개의 돌다리를 두들겼을까

[기자수첩] 주 52시간 근무제는 몇 개의 돌다리를 두들겼을까

기사승인 2018-02-08 05:00:00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는 말이 있다. 강을 건너기 전 돌다리가 튼튼한지 여러 번 두들겨 본 다음 안전하다고 판단될 때 건너라는 뜻이다. 흔히 중요한 일을 앞뒀을 때 수차례 점검하자는 의미에서 해당 속담을 인용하곤 한다.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주 52시간 근무제’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을 통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확립해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고 생산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근로시간을 주당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에 합의했다.

근로자의 과한 노동을 법적으로 규제해 줄이고, 근무시간을 줄여 생산성을 극대화하자는 취지에 공감한다. 근로자 삶의 질을 높이자는 의도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만 낳지는 않는다.

업계는 근무량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근무시간만 줄어들면 근로 강도만 높아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전자업계의 경우 R&D(연구개발) 비중이 높은 편이다. 제품 출시 직전 등의 특정 기간에 일이 몰리는 R&D 특성을 고려하면 주 52시간 근무제는 회사와 노동자 모두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지난 1월부터 자체적으로 단축 근무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는 팀원이 52시간을 넘게 근무하면 팀장이나 파트장이 불이익을 받도록 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낼 수 없는 업무량에 맞닥뜨린 직원이 노동 강도를 높여서라도 일을 끝내야만 하는 이유다. 이와 같은 경우에도 주 52시간 근무가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지 의문이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연장근무의 경우 주당 12시간을 넘기지 못하게 했다. 연장근무를 하고도 법적인 제재로 인해 추가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 기업은 따라야 한다. 법을 어길 수는 없다. 문제는 제도 시행의 여파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이 짊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해당 제도가 지닌 문제점을 되짚어 보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에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5개월이나 남아있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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