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GM, 울며 조르는 아이보다 협상의 달인이 돼야

[기자수첩] GM, 울며 조르는 아이보다 협상의 달인이 돼야

기사승인 2018-02-13 05:00:00

최근 자동차 업계에 한국지엠 철수설이 화두에 올랐다. 매년 한국지엠 철수설이 흘러나오긴 했지만 올해는 좀 더 심각한 상황이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가 "독자생존"을 거론하며 "조치를 취해야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배리 엥글 GM해외사업부문 사장도 지난달 중순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데 이어 지난 7일에도 한국을 방문해 논의를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리 엥글 사장은 산업은행측을 만나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국내 정부가 한국GM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호주 철수 선례로 곧바로 철수로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감도 돌고 있다.

GM 자금 지원 요청에 군산공장 일자리가 협상 카드로 제시되고 있다. 군산공장은 사내·외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하면 고용인원이 1만2700명이 넘는다. 군산공장 인원뿐만 아니라 136개 업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 이어 GM 군산공장 마저 문을 닫으면 지역 경제는 회생 불가능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정부에서는 GM의 부탁을 들어줄 수도 안 들어줄 수도 없는 입장이다. GM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원하더라도 경영정상화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 또한 밑 빠진 독에 혈세을 쏟아붓는다는 비난도 받을 수 있다.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은 "미국 GM은 한국정부에 증자나 세제 혜택 등을 요구를 하기 전에 자본잠식상태인 한국지엠의 대규모 손실에 대한 실태파악, 제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무시(주주감사권 무력화, 자료요구에 대한 무응답 등)에 대한 반성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한국GM 근로자와 협력업체를 볼모로 갑질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현행과 같은 한국GM 수익구조 하에서 한국정부가 증자를 하는 것은 미국GM만 배불리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고 지적했다.

한국지엠의 경우 신차를 내놓을때마 가격 책정에 실패하며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아 왔다. 군산공장을 지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모델 크루즈의 경우 경쟁사 모델보다 너무 높게 나왔다. 이로 인해 군산공장 철수를 위해 일부로 그런 거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반면 같은 회사이지만 수입차 회사인 GM코리아의 경우 미국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며 지난해 2008대를 팔면서 전년 대비 82% 성장,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높은 성장율을 기록했다.

서로 상대방으로부터 얻고자 하는 것이 있을 때 이를 해결해 나가는 자유로운 교환과정을 협상이라고 말한다. 협상이 중요한 이유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함이다.

GM의 경우 국내 시장에 아무런 협상카드도 내놓지 않은채 지역 경제를 두고 협박만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는 정부 지원은 물론 여론 공감도 얻을 수 없다.

미국GM의 협상 카드는 분명히 존재한다. 바로 3월 출시 예정인 에퀴녹스을 군산 공장에서 생산하면 된다.

무조건 과자를 사달라고 조르는 미국 GM의 모습보다는 '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 협상 달인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이훈 기자 ho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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