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간호사 사망…태움, 간호인력 문제 논란

대형병원 간호사 사망…태움, 간호인력 문제 논란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간호사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라’

기사승인 2018-02-19 13:51:55
서울아산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한 가운데 간호사 태움 문화와 중환자실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재조명되고 있다.

명절연휴가 시작된 지난 15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아파트에서 간호사 박 모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는 지난해 9월부터 서울 대형병원 중환자실에 근무한 신입 간호사다. 

사건 발생 이후 박씨의 남자친구A씨는 SNS상 간호사 익명 커뮤니티에 “친구의 죽음이 그저 개인적인 이유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는 글을 올려 태움 문화와 격무가 죽음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간호계에 따르면 ‘태움’은 재가 될 때까지 달달 볶는다는 의미로 간호사회의 고질적인 악습이다.

A씨는 숨진 박씨가 격무로 하루에 잠을 세 시간밖에 못 잤으며, 살도 5kg넘게 빠졌다며 사망한 전날에는 근무 중 일어난 실수에 대해 손을 벌벌 떨 정도로 두려움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이에 병원 측은 간호사들의 태움여부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연휴기간 근무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사망 간호사에 심한 괴롭힘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오늘부터 진행하는 추가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교육시스템을 보완하고, 개인적인 과실이 있다면 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병원 측은 조만간 유가족을 다시 만나 사과의 뜻을 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간호사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와 국민 96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해당 청원 게시자는 “중환자실에서 일하던 간호사인 고인은 죽기 전까지 격무에 시달리며 병원일에 대한 중압감으로 매우 괴로워했다고 한다”며 “현재 한국의 중환자실은, 소위 국내 최고의 병원이라는 곳에서조차 충분한 간호사 인력이 확보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신규 간호사를 오랜 경력의 간호사와 똑같은 수의 환자를 담당하게 한다”며 “제발 간호사들을 더이상 벼랑 끝으로 밀어내지 말라. 중환자실에서는 간호사 1명당 1명의 환자만 담당하게 해달라”며 간호 인력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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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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