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또 다시 자회사 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실패한 대우조선을 포함해 남아있는 매각 대상 자회사 규모는 수조원에 달한다. 인수 업체를 찾지 못할 경우 일부 자회사는 퇴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132개 자회사 가운데 2016년 96개, 지난해 16개 등 총 112개 매각했다. 2월 기준 20개 자회사가 매각 대상으로 남아있다.
매각 대상 자회사 20곳은 쵝근 매각이 불발된 대우건설을 포함 대우조선해양, KDB생명, 금호타이어, 산은캐피탈, STX엔진, STX중공업, STX조선해양, (주)STX, GM대우 등 규모가 큰 곳들이다. 매각 대금만 수십조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 산은 관계자는 “덩치가 큰 것들이라 매각 작업이 쉽지 않다”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퇴출되는 기업도 있을 것으로 본다.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우건설 매각 실패로 자회사 처리가 상반기 잠정 중단됐다”면서도 “매각 여건이 조성되면 무조건 매각을 추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매각 여건이 조성되는냐가 중요하다. 상반기 중이라도 건설업, 조선업 등이 좋아지고 매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산업은행은 매각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구조조정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연내 매각 등 시점을 못 박지 않고 여건이 되는 대로 바라바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자회사 매각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대우건설 매각 실패에서도 드러났듯이 매각 대상 자회사의 잠재적인 부실을 현재로서 추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부 자회사는 돈을 받아야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비아냥 섞인 말들이 오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KDB생명의 경우 인수기업이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산업은행이 퍼부은 돈을 생각하면 1조 정도 자금이 필요한 데, 시장점유율(MS) 5%미만인 보험사를 1조원이 가까운 돈을 들여 살 기업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회사들이 않고 있는 부실규모를 고려한다면 인수 금액은 실질 매각 대금보다 수조원이 더 들어갈 것”이라면서 “이를 감수하고 매각에 뛰어들 기업은 없다”고 덧붙였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