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알코올 중독 치료 수준은 선진국보다 높습니다.”
정재훈 아주편한병원장은 “우리나라가 알코올 중독 치료를 선도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알코올 중독에 대해서는 국내 의료진들의 경험과 실력이 미국, 유럽의 의료진보다 출중하다는 것이다.
의료 수준이 높다는 것은 반갑지만, 그 배경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그만큼 심각한 알코올 중독 환자가 해외에 비해 많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알코올 중독 초기에 치료를 받는 환자 비율도 비교적 낮은 편이다.
정 원장은 “우리나라가 워낙 술에 대해 관대하기 때문에 초기 알코올중독이 치료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다”며 “가능한 초기에 빨리 병원에 와서 치료 받으면 그 중 상당부분 심각도를 막을 수 있다. 고혈압도 초기에 잡으면 합병증을 막을 수 있는 것처럼 중독질환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정신건강 관련 치료의 접근성이 낮은 것도 원인이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나 혹시 모를 불이익을 우려해 정신과 치료를 기피하는 인식 때문이다. 정 원장은 “마음이 아프면 당연히 정신과를 찾아야 하는데 여전히 정신과를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신과에 가면 문제가 있다고 낙인찍힐까 두려워 하는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한국이 ‘마약청정국’인 점도 관련이 있다. 대개 미국이나 유럽에서 알코올 중독은 초기를 거쳐 마약이나 약물 중독으로 진행된다. 이와 달리 국내에서는 오로지 알코올만으로 중증 중독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정 원장은 “중독의 특성상 내성이 생겨 더 강한 자극을 찾는다. 이 때 해외 환자들은 마약을 찾는 반면, 우리 환자들은 이를 위해 단기간에 술을 많이 마시는 경향이 있다. 혈중 알코올 농도를 빨리 올려야 자극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약은 한번 접했을 때 주는 자극이 매우 강하다. 때문에 중독 환자일 경우에도 마약을 매일 찾는 일은 드물다지만 술은 그보다는 자극이 덜한 편이라 하루도 빼지 않고 과하게 마시는 경우가 많다. 술은 정신적 문제도 야기하지만 부가적인 후유증이 상당하므로 알코올 중독 치료 노하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알코올 중독은 여타 중독질환에 비해 ‘우울증’으로 이관될 가능성이 높다. 정 원장은 “술은 대표적인 우울제”라며 “술로 인한 우울증, 인격 황폐화를 경험한 외국 전문가들은 매우 드물다. 미국의 중독치료 전문가들과 이야기해보면 알코올 중독에 대해서는 경증(초기)에 대한 경험이 대부분이고 오히려 한국의 임상 경험을 알려주자 매우 놀라는 것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질병과 마찬가지로 알코올 중독도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지는 진행성 질환이다. 알코올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조기진단과 치료다.
정 원장은 “술을 한번 마시기 시작하면 자제가 잘 되지 않고, 다음날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는다면, 또 술을 마실 때마다 이러한 현상을 경험한다면 반드시 진단을 받아야 한다”며 “또 알코올 문제로 가족력이 있거나 주변에서 술과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그는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며 “상처가 많고 이를 이겨내지 못해 술에 의존했던 환자들이 술을 끊고 상처가 회복되고 자신감을 가지고 인생에 복귀하는 것은 매우 힘들지만 보람된 일이고 꼭 이루어져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