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 초기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환자단체가 정부와 의료계의 준비 부족을 지적하고 나섰다
한국환자단체연합은 26일 성명서를 통해 “연명의료결정제도 전반의 불신과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일부 조항의 개정을 요구했다.
지난 4일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2년여 준비기간 끝에 시행됐지만, 준비 부족으로 의료 현장의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환연은 먼저 “보건복지부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은 연명의료결정법이 2015년 2월 3일 제정된 후 2년간의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법률 시행 당시까지도 의료기관에서 연명의료정보처리시스템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매뉴얼 제작이나 교육 등을 실시하지 않았다”며 “의료기관에서 연명의료정보처리시스템를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최우선적으로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일선 의료기관이 연명의료결정 이행의 필수요건인 윤리위원회 구성에 미흡한 점도 지적했다. 지난 21일 기준 윤리위원회가 구성된 의료기관은 종합병원 53곳, 병원 5곳, 요양병원 11곳, 의원 1곳 정도다. 이에 대해 환연은 “환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임종기 환자가 입원해 있거나 입원이 예상되는 의료기관이라면 당연히 윤리위원회를 신속히 구성해 연명의료결정 시행기관으로 등록해야 하고, 이를 통해 임종기 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의료의 유보 및 중단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환연은 연명의료 유보 및 중단이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적 장치를 폐지하거나 간소화 하자는 일부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환연은 “환자 본인의 의사가 아닌 환자가족 2명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에 의해 연명의료결정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경우까지 가족관계증명서를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 등 이미 최소화 돼있는 서류 작성을 더 간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자칫 환자가족이 경제적 이유나 의료기관이 수익을 위해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악용할 소지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남용 방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연명의료결정법의 신속한 추가 개정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환연은 “연명의료결정법이 별도로 논의되었던 ‘호스피스·완화의료법’ 제정안과 ‘연명의료결정법’ 제정안이 국회 입법과정에서 하나로 통합되면서 조문 간 체계가 맞지 않는 상황이 발생, 연명의료 대상인 의학적 시술의 범위 및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시기의 확대 등 일부 규정을 개정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다만, 호스피스 환자의 임종기 판단을 완화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환연은 “말기환자가 호스피스 이용 신청을 하는 경우 의사 2인으로부터 말기 판정을 받아야 하지만, 이는 호스피스 이용 신청을 위한 말기 판정이지 연명의료결정 및 그 이행을 위한 임종기 판단이 아니다. 또 ‘임종과정’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관련 전문 학회 등에서 정립된 표준화된 임상적 기준에 의해서가 아니라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에 전적으로 맡겨져 있다”며 “의사 2명에 의한 이중 검증의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원칙대로 담당의사 1인 이외 추가로 해당 분야의 전문의 1인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개정안에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에 의한 연명의료결정 시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부모, 자녀로 하고, 이들이 모두 없을 때 직계존속과 직계비속 전원의 동의를 받도록 할 것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 삭제 등을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환연은 이 같은 내용의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을 국회에 입법청원 하거나 국회의원에게 개정안 발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