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느라 한 말에 초상난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말은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는 뜻이죠. 그것이 농담이라도 말입니다. 청와대 오찬 회동 자리에서 ‘미투 운동’과 관련해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 튀어나왔습니다. 네, 이번에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는 7일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가졌습니다. 이날 회동에서는 미투 운동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는데요. 먼저, 홍 대표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만나 악수한 후 “미투 운동에서 무사한 걸 보니 천만다행”이라는 이상한 인사를 전했습니다. 이에 임 실장도 지지 않고 “대표님도 무사하신데 저도 무사해야하지 않겠냐”고 응수했죠. 홍 대표는 또 “안희정이 그렇게 되니 무섭다. 안희정 사건 터지니까 밖에서는 임종석이 기획했다고 하더라.”며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회동 이후 홍 대표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해명을 위해 꺼내 든 카드는 ‘농담’이었습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홍 대표가 임 실장과 나눈 미투 내용은 “농담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임 실장과는 가까운 지역구 등으로 인해 개인적 친분이 있고, 그래서 나온 농담이라는 겁니다.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장 대변인의 설명입니다.
농담이라. 글쎄요. 이 이상하고 불쾌한 표현을 과연 농담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둘러싼 의혹은 성폭력입니다. 피해 여성이 있는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크죠. 성적 수치심과 폭로 이후 불이익 등을 감내하고 목소리를 낸 피해자들의 용기 역시 조롱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정치권은 홍 대표의 발언을 한 목소리로 비난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미투 음모론은 매우 부적절하고 몰상식적인 발언”이라면서 “홍 대표의 발언은 오랜 시간 피해를 말하지 못하고 오롯이 혼자 견디고 있었을 피해자, 그리고 인생을 걸고 용기 있게 발언하기로 마음먹었을 피해자의 심경을 고려하지 못한 심각한 2차 피해”라고 지적했습니다. 민주평화당은 “공당의 대표임에도 미투 운동의 본질을 훼손시키고 정치 쟁점화하려는 홍 대표는 지금이라도 당장 반성하고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홍 대표의 ‘막말’이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니 그의 이번 언행도 그리 놀랍진 않습니다. 그러나 미투 운동을 바라보는 제1야당 대표의 시선은 씁쓸하기만 하네요. 그리고 문제의 발언은 농담보다 ‘망발’에 가깝다는 점,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