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계열사들의 주주총회가 15일부터 시작됐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과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이 무리 없이 통과됐다. 양사 CEO에 대한 주주들의 기대만큼이나 해결해야 할 과제의 무게도 무겁기만 하다.
조 부회장의 가장 큰 과제는 단연 MC(Mobile Communications)사업본부 적자 해결이다. MC사업본부는 지난해 4분기 매출 3조655억원, 영업손실 2132억원을 기록하며 11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MC사업본부 수장을 교체하고 상반기 ‘G’ 시리즈, 하반기 ‘V’ 시리즈를 출시해왔던 스마트폰 포트폴리오를 개편하는 등 대대적 수술을 감행했음에도 전망은 밝지 못하다.
증권업계 및 와이즈리포트는 MC사업본부가 2018년 1분기 최소 1400억원에서 많게는 1700억원까지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분석했다. 설상가상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반응이 신통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에 따르면 미국 현지 스마트폰 판매법인(LGEMU)의 지난해 매출 및 당기순이익은 각각 5조1783억원과 96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 13.7%, 당기순이익 71.8% 각각 하락했다.
조 부회장이 CEO 취임 당시 약속했던 MC사업본부 ‘턴 어라운드’(흑자 전환)가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한 부회장의 상황도 조 부회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전 세계 유일한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제조사다. 대형 OLED 시장 파이를 넓히는 데 치중해 중소형 OLED와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에서 다소 뒤처졌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LG디스플레이 매출에서 LCD 사업의 비중은 약 90%에 달하는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의 ‘치킨게임’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중국 업체들은 낮은 가격에 양질의 패널을 제시하면서 LCD 가격이 하락, LG디스플레이 수익도 악화되는 추세다.
특히나 주요 고객사 애플을 잡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새로 출시되는 아이폰의 가격이 나날이 상승하고 있다. 애플로서는 수익성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디스플레이의 부품의 단가를 낮춰야만 한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와 삼성디스플레이 등과의 경쟁에서 뒤처져 애플과의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한다면 중소형 OLED 시장에서의 수익을 기대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조 부회장과 한 부회장은 임기가 끝나는 2021년까지 수익 개선, 점유율 확보, 시장 파이 확장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빠르게 흘러가는 글로벌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LG전자 세탁기를 세계 1위 반열에 올려 ‘조성진 매직’으로 불렸던 조 부회장의 신화가 다시 한 번 재현돼야 할 때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