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묻지마, 방배초 인질범까지…조현병, 정말 안 위험할까?

강남역 묻지마, 방배초 인질범까지…조현병, 정말 안 위험할까?

기사승인 2018-04-03 14:37:54

지난 2일 서울 방배초등학교에서 인질극을 벌인 양모(25)씨가 평소 조현병을 앓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발생한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2016년 일어난 ‘강남역 묻지마 여성 살인사건’ 또한 가해자가 조현병 환자였다.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살인사건의 중심에는 ‘조현병’이 있었다. 이쯤되니 사람들은 조현병을 살인자의 병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조현병이란 말, 행동, 감정, 인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복합적인 증상들이 나타나는 정신병적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 병에 걸리게 되면 사람들의 말소리 등과 같은 환청이 들리기도 하고, 내가 우주의 사령관이라든지, 이 세상은 곧 망할거라는 등의 망상이 생기기도 해서 흔히 사람들이 “미쳤다”라고 말하는 정신질환의 대표격이기도 하다.

한창수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흔히 조현병은 인구의 약 1%에 해당하는 빈도가 높은 질환이다. 세계 각지에서 실시된 조현병의 역학연구에서는 1000명당 3명에서 10명 사이의 유병율이 보고되고 있다. 발병율의 남녀간 차이는 보이지 않으나, 발병 연령이 남자는 15~25세가 가장 많은 반면에 여자는 남자보다 약 10년 정도 늦게 나타나고 질병의 예후는 여자가 남자보다는 좀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조현병의 유병율과 발병율은 서양과 동양,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과 같은 인구특성, 지역 및 문화적 차이에 관계없이 일정하다.

한창수 교수는 “조현병의 원인에 대한 수많은 유전적, 신경 해부학적, 생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연구 및 사회심리학적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이 무엇이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 있는 것이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생물학적 유전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환경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되었을 때 발병한다는 학설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현병은 환자마다 다른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모든 환자에서 동일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환자들에서 여러 가지 증상들이 다양한 조합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의 가족이나 이웃들은 자신이 경험한 환자의 예로부터 조현병에 대한 왜곡된 생각을 갖게 되기 쉽다.

한 교수는 “조현병은 사고(思考)의 장애라고 할 수 있다. 사고의 흐름에 많은 문제가 생기는데, 잘 나가다가 열차가 탈선하듯이 엉뚱한 이야기로 흘러가기도 하고(사고이탈), 여러 가지 내용의 말들이 뒤죽박죽 섞이기도 한다(사고융합). 이밖에도 잘 나가다가 말이나 생각이 뚝 끊겼다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고의 두절’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그래서 이 질병을 가진 사람들이 흔히 엉뚱하고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특히 환청은 조현병 환자에서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다. 주변에 아무도 없고 또한 주위 사람들이 자기에게 말을 한 일이 없는데도 귀에서 혹은 머리 속에서 소리가 들리는 증상을 말한다”라며 “말소리가 환자의 행동을 일일이 간섭하거나 욕을 하기도 하고, 행동에 대해 지시하는 경우와 두 사람 이상의 말소리가 환자에 관한 내용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경우가 많다(지시형 환청)”고 전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다른 조현병 증상에는 환시, 환미, 환촉, 환취와 관련된 신체환각 등이 있을 수 있다. 망상은 일반적인 사회의 통념과 상식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성적인 설득으로는 도저히 고쳐지지 않는 ‘병적인 믿음’을 말한다.

'누가 나를 감시하고 내 뒤를 미행한다, 내 주변에서 도청하고 몰래 카메라로 감시한다, 작당을 해서 나를 못살게 군다, 밥에 독약을 넣었다, 내 생각을 빼앗아 가서 생각을 할 수 없다, 나를 조종한다, 생각을 내 머리 속에 집어넣는다, 텔레파시를 보낸다, 텔레비젼 또는 라디오, 신문에서 내 얘기를 한다’는 등 각종 피해망상과 남의 행동이나 말, 주위의 변화가 나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관계 망상이 흔하다. 과대망상, 신체망상, 배우자의 부정을 의심하는 질투망상, 종교와 연관된 망상, 죄책망상, 허무망상 등을 보이는 경우도 많이 있다. 

한 교수는 “조현병은 원인은 무엇이든 일단 발생하고 나면 기본적으로 뇌신경계의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뇌세포의 기능이상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들을 조절함으로써 환자로 하여금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있도록 하는 데에는 약물치료가 가장 우선적인 치료방법이라 할 수 있다”며 “약물에 의해서 잘 호전되는 증상으로는 불안, 초조, 안절부절 못함, 불면, 불안정한 기분상태, 혼란스럽게 하는 이상한 느낌이나 생각, 한 가지에 집착되는 생각, 환각, 망상, 짜증, 분노폭발, 충동적이고 난폭한 행동, 집중력 장애 및 기타 여러 인지기능의 장애 등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질병이 반복적으로 재발할 경우 이전에 비해 증상이 지속되는 기간도 길어지고 약물치료에 대한 반응도 더 떨어지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항정신병약물을 지속적으로 투여 받으면 재발의 가능성을 약 4분의 1로 감소시키기 때문에 환자나 가족이 약물치료에 대한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서로 격려하고 잘 설명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한 교수는 “약물을 투여한 경우 1년 내 14%가 재발하나 투여하지 않은 경우는 약 55%가 1년 내 재발할 수 있어 약물의 규칙적이고 지속적인 투여는 재발의 기회를 감소시킬 수 있다”며 “근래에 사용되는 약물은 중독성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고, 간혹 손떨림이나 졸리는 증상이 나타나지만 의사와의 상담으로 대부분 조절이 가능하다. 약을 먹어야 지능이 떨어지는 것, 신경계 이상 등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약물치료 이외에 실시할 수 있는 것으로는 비생물학적 치료가 있다. 개인 정신치료, 집단치료, 가족치료 등은 재발과 재입원의 악순환을 예방하고 자신의 질병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재활치료다.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이 많이 소실된 환자일지라도 자신의 정신병적 증상을 받아들이고 자존감과 자신감을 회복하면 사회의 구성원으로 생활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 교수는 “조현병의 치료를 위해서는 가족과 주위 사람의 이해가 특히 중요하다. 증상을 점점 악화시킬 수 있는 언동을 하거나 마음으로 이기라고 하거나 방치하는 태도는 금물이다. 환자는 언뜻 보기에 인격을 상실한 것처럼 보이나 내면은 아주 섬세하고 마음속으로 괴롭고 답답한 점이 많으므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이 점을 잘 이해하고 헌신적인 애정으로 대해야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고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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