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명 숨진 밀양 화재 참사 세종병원은 ‘사무장’ 병원

51명 숨진 밀양 화재 참사 세종병원은 ‘사무장’ 병원

기사승인 2018-04-05 10:09:15

지난 126일 불이 나 51명이 숨져 2000년대 들어 최악의 화재 참사가 발생한 경남 밀양 세종병원은 속칭 사무장병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남경찰청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건 수사본부5일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이 병원이 사무장 병원으로 운영돼 왔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병원 이사장 손모(55)씨는 효성의료재단을 불법 인수해 형식적으로 이사회를 만든 뒤 20086월부터 지난 1월까지 10년 동안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408억원을 부당수령했다.

또 식자재공사업체 등 거래업체들로부터 대금을 부풀려 세금계산서를 발급받고 그 차액인 10억원을 횡령하고, 지인을 세종병원 직원으로 올린 뒤 급여 7300여 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사장 손씨에게 있어 병원은 환자 치료가 우선이 아닌 개인 재산을 늘리는 수단이었던 셈이다.

경찰은 12명으로 구성된 국민건강보험 전문조사팀의 협조로 손씨의 추가 혐의를 확인했다.

경찰은 불이 난 원인에 대해서는 병원 측이 26년 동안 전기배선 정밀점검을 실시하지 않고 2차례나 전력증설 설비를 시공하면서 전력의 과부하로 인한 전기합선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병원에는 자체 진화 설비인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았고, 1층에는 설치돼 있었던 방화문 2개가 철거됐다.

이 때문에 불이 나면서 발생한 유독가스가 계단을 통해 위로 확산됐다.

이런 긴급 상황에서 작동돼야 하는 비상발전기는 그 용량이 부족했고, 이마저도 작동하지 않아 인공호흡기 착용환자 2명과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6명이 질식해 숨졌다.

세종병원과 바로 옆 요양병원을 이어주는 통로에 설치된 불법 건축물 비가림막은 확산하는 유독가스를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면서 인명피해가 더 커졌다.

병원이 돈벌이에만 급급했다는 정황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애초 740병상이던 병원 규모는 31차례 변경을 통해 18113병상으로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환자를 돌봐야 하는 상근 의료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원래라면 상근의사 6, 간호사 35명을 둬야 하지만, 실제 의사 2, 간호사는 4명만 배치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부족한 의료 인력은 무허가 의료인을 고용해 대체했다.

세종병원은 무허가 대진의사 4명을 당직의사로 고용했고, 간호사 대신에 야간전단 간호조무사를 채용해 운영했다.

결국 환자의 안전은 치료 과정에서도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대진의사 명의로 환자 처방전을 발급받을 수 없다보니 세종병원장 석모(53)씨는 4명의 의사 명의를 대신해 자신 명의로 처방전을 작성하게 했다.

심지어 공휴일이나 야간에는 약사 면허가 없는 간호사가 환자들의 의약품을 조제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는 과정에서 행정 관리감독은 부실하고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밀양보건소는 형식적인 점검으로 세종병원 비상발전기에 대해 적합 판정을 하고, 비상발전기가 없는 세종요양병원에 대해서는 시정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또 적정 의료인수 위반 사항에 대해서도 역시 시정명령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병원 이사장과 병원 행정이사, 병원 총무과장 등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하고, 병원 관계자 13명을 입건, 관련 공무원 16명을 기관통보했다.

경찰 조사 결과를 통해 드러나 이번 밀양 화재 참사는 의료기관이 환자 등 안전은 뒷전인 채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데다 이를 관리해야 할 행정기관의 부실한 감독 등 총체적 안전불감증의 전형이었다.

이에 경찰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에 의료기관 소방설비 의무설치 시설물 방염 처리 대상 확대 자가발전시설(비상발전기) 구비 관련 세부 규정 필요 등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한편 이 화재 참사로 총 51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으나 경찰은 이 가운데 5명은 병사로 보고, 화재로 숨진 피해자는 46명으로 판단했다. 

밀양=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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