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시절부터 강렬한 콘셉트를 내세우며 ‘콘셉트돌’로 자리 잡은 그룹 빅스가 세 번째 정규앨범으로 돌아왔다. 뱀파이어, 저주인형, 사이보그, 동양풍 판타지 등 독특한 분위기의 퍼포먼스를 선보이던 빅스가 이번에 준비한 것은 바로 ‘향’이다.
빅스는 17일 오후 서울 구천면로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세 번째 정규앨범 ‘오 드 빅스’(EAU DE VIXX) 발매 기념 공연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빅스는 타이틀곡 ‘향’을 비롯해 수록곡 ‘마이 발렌타인’의 무대를 꾸미고 컴백 소감을 전했다.
완전체로는 약 1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했지만, 빅스는 그동안 바쁜 나날을 보냈다. 연말 시상식 무대에서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를 선보인 덕분에 지난 앨범 타이틀곡 ‘도원경’이 다시 한번 주목받은 것. ‘도원경’은 무릉도원을 몽환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로 그려낸 노래로 발표 당시 미국 매체 빌보드가 “동양과 서양이 만났다”고 호평한 바 있다. 빅스는 결국 지난 2월 5일 개최된 IOC 총회 개막식 무대에 올랐다. K팝의 아름다움을 전할 대표 주자로 선정된 셈이다.
이처럼 독창적인 콘셉트로 인기를 얻은 빅스가 이번 앨범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향’이다. 타이틀곡 ‘향’은 향기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섬세하고 시적으로 표현한 가사가 인상적인 노래다. 빅스는 매혹적인 향기를 좇는 조향사로 분해 특유의 농염한 분위기를 음악과 퍼포먼스에 녹여냈다.
라비는 “이번 앨범은 전작들의 어둡고 강렬한 스타일과 다르게 접근해 작업했다”며 “새로우면서도 빅스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전작이 시각적이며 극적인 퍼포먼스에 방점을 뒀다면, 이번 앨범은 ‘향’이라는 주제로 새로운 접근을 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빅스는 앨범에서 콘셉트적인 측면과 대중적인 면의 균형을 잡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수록곡을 통해 기존에 사랑 받았던 빅스의 모습과 새로운 모습을 균형감 있게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 라비는 “빅스만의 색과 음악성을 앨범에 담으려 했다”며 “세 번째 정규앨범인 만큼 멤버들의 자작곡이 다양하게 수록됐고,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빅스의 새로운 시도가 특히 돋보이는 것은 안무다. 뮤지컬처럼 유기적인 무대 퍼포먼스를 선보여 왔던 빅스는 노래 중간 멤버 일부가 무대를 꾸미는 안무를 준비해 지난 퍼포먼스와 차별화를 꾀했다. 이에 관해 멤버 엔은 “멤버가 따로 또 함께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수록곡 ‘마이 발렌타인’에서는 보컬인 켄과 홍빈이 랩에 도전하기도 했다.
지난 무대 보다 다소 얌전해진 콘셉트에 대한 설명도 뒤따랐다. 퍼포먼스만 봤을 때는 전작 보다 절제된 감이 있지만, 이것을 준비하기 위해 어느 때 보다 많은 시도와 노력이 함께 했다는 것. 엔은 “콘셉트를 보여주되, 이전보다 힘을 빼고 세련되게 빅스가 가진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2년 데뷔해 어느덧 7년차 그룹이 된 빅스는 한 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 꾸준한 성장이 자신들의 자부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앞으로도 6인 멤버들이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며 재계약 여부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엔은 “군입대 등 빅스에게 앞으로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앨범이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오후 6시 새 앨범을 발표한 빅스는 타이틀곡 ‘향’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이어간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