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발병률 OECD 국가 중 1위’라는 불명예를 탈피하고자 국가 주도의 결핵관리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일반인보다 결핵유병률이 높은 저소득층 및 노숙인 맞춤 의료 지원서비스 제공을 위해 질병관리본부는 국공립병원과 함께 ‘결핵안심벨트’ 사업을 구축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이하 NMC)과 국립마산병원, 국립목포병원, 서울특별시 서북병원이 참여해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의료진들은 환자들로부터 폭언과 폭행, 성추행 등을 당하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MC의 한 의료진은 “냉장고에 있는 음료수를 가져다 달라, 어디가 아픈 것 같다, 물 달라.. 다양한 이유로 계속에서 간호사를 부른다”면서 “간호사들을 만지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그런 적 없다’고 하면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많다. 병원 내 상주하는 보호경찰이 있지만 폭력을 행사하기 전까지 제재를 가할 수 없다”면서 “사고를 당한 간호사들에게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은 상담이나 정신과 치료, 연차 사용 등이 전부다.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폭언, 폭행, 성추행 등을 피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함부로 퇴원을 명령할 수도 없다. 그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면 심각한 지역사회의 감염원이 되기 때문”이라며 “다만 다른 병원으로의 전원을 설득할 뿐이다.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게 되면 환경 적응 때문에 폭력적인 부분이 감소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배경에는 진료비가 발생하지 않아 고의적으로 장기간 입원하려고 하는 문제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병원을 숙식제공의 장소로 생각하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환자들에게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목포병원 관계자는 “성적인 추행은 없었지만 간혹 환자들의 폭언이나 폭행이 있어 왔다. 다만 그런 일을 당한 간호사들에게 연차 사용 등 별도의 보상은 없다. 서로 위로해주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노숙인 결핵환자를 돌보고 있는 서울특별시 동부병원 관계자는 “환자들 가운데 술을 마신 환자들이 많이 차지한다. 예상하지 못한 일들도 많이 발생한다”며 “그래서 간호사 혼자 진료를 보도록 하지 않는다. 두 명 이상의 간호사와 보호경찰 등이 동행하면 폭력적인 행동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고를 당한 간호사는 연차를 이용해 쉬게 하거나 병원 내 폭력 상담센터 선생님들과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하게 한다”며 “그러나 대부분 ‘누구나 당할 수 있다’고 인지하며 별다른 조치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간호인력과 네트워크 병원을 확충시켜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 의견이다.
목포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간호사 한 명이 한 병실을 책임진다. 간호인력이 조금 더 있었더라면 이런 사태에 조금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NMC 관계자는 “일단 여러 요구를 하는 환자들을 간호사 1~2명이 돌보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며 “또 현재 연계돼 있는 병원들은 물리적, 심리적으로 거리가 있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는 환자들의 비순응적 태도가 현저히 줄어든다”며 “이런 환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공병원 네트워크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