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입지가 단단해졌다. 이제는 팀의 원투펀치로 올라선 모양새다.
LA 다저스 류현진은 2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2피안타 3볼넷 8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괴물’ 스트라스버그와 맞대결을 펼쳐 판정승을 거뒀다. 4연승 뒤 워싱턴에 발목을 잡혔던 다저스는 연패 없이 다시 기세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류현진의 이날 투구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다양한 구질을 균등하게 배분해 워싱턴 타선을 교란시켰다. 메이저리그 통계 사이트 '브룩스 베이스볼'에 따르면 이날 류현진의 구종별 구사율은 패스트볼 28.09%(25개), 커터 29.21%(26개), 체인지업 23.6%(21개), 커브 17.8%(16개), 슬라이더 1.12%(1개)였다. 류현진은 슬라이더를 제외한 나머지 구종으로 각각 삼진 2개씩을 잡아내며 효율 높은 피칭을 했다.
팀 동료 뿐 아니라 적장, 상대 팀 선수들도 류현진의 투구에 엄지를 추켜세웠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패스트볼과 커터의 배합도 좋았고 모든 구종이 훌륭했다"며 반색했고 8회 쐐기 홈런을 터뜨린 다저스의 코디 벨린져는 "모든 게 먹혔고, 변화구들에 모두가 밸런스를 잃었다"며 "류현진이 빠르고 효과적으로 경기했기에 그의 뒤에서 플레이하는 것이 특별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의 포수 맷 위터스는 "류현진의 볼 배합이 우리 타선의 밸런스를 잃게 만들었다"며 "류현진은 위대한 경기를 펼쳤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류현진은 이번 투구로 시즌 3승을 수확했고 평균자책점을 1.99까지 낮췄다. 팀 내 다승 1위이자 평균자책점 1위다. 내셔널리그를 통틀어서도 다승 3위, 평균자책점 7위로 상위권의 성적이다.
격세지감이다. 류현진은 시즌 첫 등판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3⅔이닝 동안 5안타와 볼넷 5개를 내주고 3실점 했다. 이후 현지 언론은 '위기론'을 내세워 류현진을 압박했다. 클레이튼 커쇼와 알렉스 우드의 사정에 따라 등판 일정이 갑자기 바뀌는 5선발의 설움도 겪었다. 하지만 오클랜드 애슬래틱스전에서 6이닝 1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첫 승을 올렸다. 이어 17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도 6이닝 3피안타 8탈삼진 2실점 호투로 2승째를 챙기며 입지를 끌어올렸다. 결국 워싱턴전에서 완벽투를 펼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현재까지의 활약으론 커쇼, 그레인키에 이어 3선발로 활약하던 2013년 당시 모습에 못지 않다. 커쇼와 함께 다저스의 실질적 원투펀치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커쇼는 올 시즌 단 1승을 거두고 있지만 평균자책점 2.45로 건재하다. 하지만 우드가 2패 평균자책점 3.71로 주춤하고 마에다 켄타는 2승을 거뒀지만 적은 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77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치 힐은 1승1패 평균자책점 6.00으로 부진하다. 여기에 부상까지 겹치는 등 하향세다.
이제 막 4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하지만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3경기 연속 8탈삼진 등 여러 지표들은 하나같이 류현진의 이번 시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류현진이 전성기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괴물의 반가운 귀환에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