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더워지면서 ‘모기’의 활동 시기도 빨라지고 있다. 잠을 잘 때, 야외활동을 할 때 성가신 존재로만 인식되던 모기지만, 물리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예가 ‘말라리아’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2억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40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제사회는 매년 4월 25일을 ‘세계 말라리아의 날’로 지정하고 말라리아 예방 및 퇴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말라리아로 인해 사망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해외여행 계획 시 예방법을 준수하고, 증상 발현 시 치료 시기만 놓치지 않는다면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은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말라리아는 아노펠레스(Anopheles)라는 암컷 모기가 사람의 피를 빨아들일 때 원충을 인체로 주입함으로써 전파되는 감염병이다. 이 원충은 우리의 혈액에 있는 적혈구에 기생하면서 적혈구를 파괴한다. 사람에게 발현되는 말라리아는 5종인데, 그중 국내에서 나타나는 말라리아는 ‘삼일열 말라리아’다. 휴전선 인근 경기 북부 지역 주민이나 군인들에게 주로 발생하며, 매년 4~500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걸러, 또는 이틀 걸러 열이 발생한다고 해서 ‘삼일열’이며, 우리나라에서는 ‘학질(瘧疾)’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려운 일로 진땀을 뺄 때 사용하는 ‘학을 뗀다’는 말도 ‘학질을 고치다’는 말에서 나왔다. 몸을 벌벌 떨며 주기적으로 열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김우주 교수는 “삼일열 말라리아는 잠복기가 수개월, 1년 이상까지도 있다. 경기 북부 지역에서 군 복무를 마친 젊은 남성이 갑자기 열이 발생하면 말라리아를 의심해야 한다”며 “치료 시기만 놓치지 않는다면 사망률은 1~2% 정도다. 간세포 등에 원충이 남아있는 경우 재발할 수 있지만 약만 잘 복용한다면 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유입된 말라리아 중 가장 주의해야 할 말라리아는 ‘열대열 말라리아’다. 악성 말라리아라고 불리며, 아프리카와 동남아 지역에서 주로 발현된다. ‘악성’이라는 말처럼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의 90%가 이로 인해 발생한다. 적혈구가 파괴된 혈액이 온몸을 순환하면서 뇌, 콩팥, 심장 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이미 장기가 손상돼 치사율이 10~20%로 높다. 김 교수는 “열대열 말라리아는 원충을 제거해도 장기 손상이 회복되지 않으면 1~2주 이내에 사망할 수 있다. 감기몸살로 오인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는데 증상 발현 후 빨리 치료해야 생존율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열대열 말라리아는 잠복기가 1~2주 정도며, 감염되면 춥고 온몸이 떨리는 오한, 39~41℃의 고열 등 증상이 나타났다. 그는 “감기몸살로 39℃의 고열이 3일 이상 지속되긴 어렵다. 말라리아 위험 지역에 방문한 적이 있다면 병원에 내원해 정확한 검진을 받아야 한다”면서 “문제는 열대열 말라리아는 약제 내성으로 치료제가 듣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해외 방문 최소 2주 전 병원을 찾아 예방약을 처방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에 따라 복용해야 하는 예방약과 복용을 시작하는 시점, 복용 방법 등이 다르다. 여행가기 2~3일 전에 약을 처방받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체내 약물 농도가 낮아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또 약물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약을 바꿀 수 없게 된다”며 “최소 여행 2주 전, 입국 후 잠복기간까지 포함해 4주간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전문의약품으로 병원에서 처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 김 교수는 “이미 걸려서 치료를 받는 것보다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기관에서는 여행자 클리닉 등을 통해 말라리아를 포함한 지역 감염병 주의사항 등을 교육하고 있다”며 “국민은 예방을 위해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고, 정부는 이를 위해 지원을 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