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이 한국에 상륙한지 수개월, 무엇이 바뀌었고, 어떤 한계를 드러냈을까? 혹자는 ‘마녀사냥’으로 힐난하고, 또 다른 이는 정치적 음모를 제기하기도 한다. 물론 미투를 받아들이는 대다수의 대중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할 유의미한 변화의 시작으로 인식한다.
다만, 대중을 상대하는 성폭력 사건의 접근과 현실을 토대로 한 미디어의 인식은 이러한 성숙도를 과연 따라가고, 또한 반영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에 대해 동아대 최이숙 교수는 “피해자라기보다 용기 있는 생존자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언론은) 관련 사건에 대해 피해자의 목소릴 지속적으로 반영하는 게 중요함에도, 검찰과 가해자의 입장에 급급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25일 여성가족부가 주최하고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가 주관해 ‘언론 속의 미투 : 학계, 언론, 시민단체 합동 토론회’가 열렸다. 그간 미디어의 미투 피해자들에 대한 2차 피해 우려가 속속 제기되긴 했지만, 학계와 언론, 시민단체가 함께 논의를 시작한 경우는 없었다.
◇ 미디어, 2차 피해의 진원지
성폭력 피해(1차, 2차)는 왜 발생 하냐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동아대 최이숙 교수는 성차별적인 문화 속의 성폭력 통념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 사회의 성폭력 통념이란 ▶가해자 괴물화 ▶피해자 낙인 ▶불충분한 저항 등을 빌미로 피해자 비난 ▶피해의 사소화 ▶피해 의심 등으로 정리될 수 있다.
미투 운동의 한복판에서도 미디어의 2차 피해 양상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JTBC 뉴스룸에서 안희정 전 지사에게 피해를 입은 김지은씨의 인터뷰가 대표적이다. 18분 동안의 인터뷰 중에서 앵커는 위계에 의한 강압이었는지 여부를 취조하듯 물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피해자의 신상공개와 불필요한 정보제공도 문제다. 또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지나친 묘사나 특정 부분만 부각하면서 ‘폭력’은 사라지고 ‘성’만 남게 된다. 가해자는 괴물이 되고, 피해자는 성적대상화로 변질되면서, 피해자의 증언 의미는 상당부분 퇴색돼 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렇듯 미투를 대하는 미디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젠더 및 인권 감수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형식적 객관주의에서 벗어나 보살핌의 윤리(ethics of caring)의 적용이 필요할 때라는 것이다.
국민대 한희정 교수는 “피해의 측면을 성적인 행위로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과 더불어 피해자의 동의없이 SNS의 사진이나 글을 그대로 싣는 것은 2차 피해가 된다”며 언론의 자성을 촉구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