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의료기관에서 되풀이되는 환자안전사고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나선다.
우리나라는 2016년 7월부터 환자안전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환자안전사고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증 자료가 없어 환자안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환자 안전사고 발생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항암제를 잘못 투약해 2010년 사망한 정종현(당시 9세)군의 사망일인 5월 29일을 '환자안전의 날'의 날로 지정하고, 환자안전사고 발생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 실증적 자료를 마련한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 수준의 환자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환자안전 기반(인프라)을 확충하고, 역량 강화, 환자 중심의 안전인식 개선 등도 추진된다.
의료기관의 적극적 참여를 위해 건강보험 수가도 신설하고,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와 의사간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부분사과법’ 도입도 추진한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환자안전사고 위험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고 의료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1차 환자안전 종합계획(2018-2022)’을 수립, 시행한다고 26일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1차 종합계획은 4대 추진전략, 13개 세부과제를 포함하고 있으며, 4대 추진과제는 ▲환자안전 보고학습시스템 구축 및 활용 ▲국가 단위 환자안전관리 인프라 구축 ▲환자안전 개선활동 지원 ▲환자중심 안전문화 조성 등이다.
◇환자안전 보고학습시스템 구축 및 활용
환자안전 보고학습시스템은 의료기관, 환자 및 보호자 등이 보고한 환자안전사고를 분석해 의료기관에 환류(피드백)하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12월 구축한 환자안전서비스 포털을 기반으로 환자안전사고 보고, 전담인력 관리, 주의경보 발령 등을 수행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3단계 고도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수요자 맞춤형 정보 제공을 위하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유관기관과의 정보 연계하고, 별도의 보고시스템이 없는 의료기관에는 표준 보고프로그램을 제공해 환자 및 보호자에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한다.
환자안전 보고학습시스템을 통해 수집된 환자안전사고를 분석, 보건의료기관에 환류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새로운 사고 유형 또는 환자안전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환자안전사고에 대해서는 환자안전 주의경보를 발령할 예정이다. 그 외의 환자안전사고는 통계연보, 주제별 보고서 등을 통해 의료기관에 환류하여 유사 사고의 발생을 예방하고, 재발방지 대책, 환자안전개선 우수사례 등 최신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자율보고 활성화를 위해 의료기관 내 환자안전사고 보고에 대한 비밀보장을 법제화한다. 다양한 환자안전사고 발생원인과 유형 등을 파악하기 위해 보고양식 및 보고시기 등 업무 처리절차도 개선한다. 현재 보고자별 자율보고를 보면 환자안전전담인력이 87.4%, 보건의료인 12.2%, 환자·보호자 0.3%
올해 2월까지 접수된 사고는 총 5천562건으로 월평균 292건이다. 사고 유형별로는 낙상(46.8%, 2천604건)과 약물 오류(28.1%, 1천565건) 순으로 많았다.
자율보고만으로는 적절한 관리와 대응이 어려운 중대한 환자안전사고는 의무적으로 보고할 수 있도록 제도를 도입한다. 중대한 환자안전사고는 사망이나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손상이 예기치 않게 발생했거나 위험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사고에 대한 책임소재를 규명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심층적인 원인 분석과 재방방지 대책 마련, 제도개선 등을 위한 사례분석위원회를 운영하고, 내년부터는 중소병원 등에 대해 사고 원인분석 등을 지원하는 ‘현장지원팀’을 운영할 계획이다.
◇국가 단위 환자안전인프라 구축
현재 환자안전본부인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을 국가환자안전본부로 확대·개편하여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환자안전활동 역량이 높은 기관·단체가 중소병원, 약국 등 취약기관을 지원하는 환자안전지원센터를 지정·운영한다.
또 국가환자안전위원회의 구성·운영을 강화하고, 상시협조체계를 위해 전문가자문단과 유관기관협의체를 운영한다. 아울러 보건의료기관의 환자안전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환자안전위원회 설치 및 전담인력 배치’ 대상 보건의료기관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현재사지는 현재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및 20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만 설치 의무화 대상이다. 앞으로는 50병상에서 전체 의료기관으로까지 확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환자안전사고 보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담인력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실제 사례에 기초한 교육을 실시하고, 전담인력 업무 지원을 위한 환자안전 코디네이터 양성방안 연구도 추진한다. 특히 환자안전위원회의 운영 효율화를 위해 의료기관내 유사 위원회 통합 운영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환자안전 개선활동 지원
정부는 환자안전사고의 유형과 규모 등 실태파악을 위해 5년마다 환자안전사고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내년까지 한국 실정에 맞는 방법론 개발 및 시범조사를 진행한 후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2021년부터는 의료기관의 환자안전역량 및 활동, 환자안전 인식도 등을 파악하기 위한 환자안전활동 실태조사도 5년 주기로 실시한다.
다양한 유형의 환자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의료기관이 준수해야 하는 환자안전기준의 분야별·유형별 지침도 마련한다. 또한 환자안전관리 역량 등을 평가·점검하기 위해 표준화된 환자안전지표를 개발하여 보건의료기관에 제공한다.
환자안전사고 예방 모델 및 솔루션 개발을 위해 첨단 인터넷 기술(IT) 등을 활용한 환자안전 연구개발(R&D)사업도 확대·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의료진이 환자안전 활동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환자안전에 필수적인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환자안전수가를 확대한다. 지난해 10월 신설한 입원환자안전관리료를 시작으로 ▲약물안전개선 ▲간호안전활동 ▲신속대응팀 운영 ▲수술실 순으로 건강보험 수가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단 환자안전활동 우선순위를 선정해 그에 따라 수가를 반영하고, 환자안전활동 성과에 따라 수가 차등 및 가산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환자중심 안전문화 조성
환자안전의 핵심 영역중 하나인 환자 및 보호자의 환자안전활동 참여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환자안전주간’을 지정했다. 매년 5월 29일을 ‘환자안전의 날’로 지정하고, 해당 주간을 ‘환자안전주간’으로 지정한다. 올해는 5월 28일부터 6월 3일까지다.
이를 통해 내년부터는 소비자·환자 단체 등을 통한 캠페인 전개, 환자안전 서포터즈, 홍보대사 위촉, 공모사업 등 대국민 홍보활동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올해 안으로 환자안전과 합리적인 소비자 선택을 지원하기 위한 환자안전정보 통합 제공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구축에 나선다.
보건의료기관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보건의료인간 의사소통 강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아울러 의료진과 환자·보호자간의 소통을 위한 “함께 공감하기(가칭)” 캠페인과 부분사과법 도입을 추진한다. 부분사과법은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환자가 의사로부터 충분한 설명과 위로, 사과를 받을 수 있도록 의사의 유감 표현을 법적으로 면책하는 법이다.
정부는 보건의료인의 인식개선을 위해 보건의료 관련 학부생 등 예비 보건의료인 대상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한다고 밝혔다.
복지부 권덕철 차관(국가환자안전위원회 위원장)은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신호등이 필요한 것처럼 유사한 환자안전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무엇보다 국가적 차원의 환자안전 인프라부터 조속히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종합계획이 처음으로 수립되는 만큼 환자안전사고의 현황 파악 등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동시에 의료기관의 역량 강화와 국민들의 인식 제고에도 중점을 두어 국민들이 안심하고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